[브랜드 이거 아니?] 코덕 남편과 디자이너 아내의 낭만적인 만남, '프레쉬(fresh)'
[브랜드 이거 아니?] 코덕 남편과 디자이너 아내의 낭만적인 만남, '프레쉬(fresh)'
  • 이지원
  • 승인 2020.07.1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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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화장품과 향기에 빠져 살았던 남성과 디자인을 사랑한 여성이 만나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럭셔리한 향기와 섬세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레쉬(fresh)'가 그 주인공이다. 

인공적인 향기와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에서 벗어나 풍부한 천연향과 천연 원료로 이루어진 제품을 제조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마법 같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뷰티 브랜드, 프레쉬(fresh)  (사진=프레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창업주인 레브 글레이즈먼(Lev Glazman)은 1961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났던 시기의 러시아는 공산주의 국가로, 향수 역시 단 한 종류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향수를 구하기 위해서는 암시장을 드나들어야 했던 것은 물론 가격 역시 터무니없이 비쌌다.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불법 거래와 비싼 가격 등의 위험 속에서도 향수를 구하는 이들은 존재했다. 레브 글레이즈먼의 어머니 역시 향수를 구매하기 위해 어린 레브와 함께 암시장을 방문하는 등 고군분투를 펼쳤다. 마침내 그의 어머니가 향수를 구하고, 향수의 향기를 맡자마자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이때 그는 사람들을 행복하고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향기의 중요성을 직접 깨닫게 됐다. 그 결과, 그는 6살 때부터 향기와 화장품의 세계에 빠진 이른바 '코덕(코스메틱 덕후)'으로 자리잡았다.

오랜 시간 코덕으로 지낸 것이 무색하게도 그는 치과 기공사로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만난 동갑내기의 여성,  알리나 로잇버그(Alina Roytberg)는 그의 뷰티 산업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폈다.

알리나 로잇버그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해 다양한 의류업체의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통하는 것이 많았던 둘은 만난 지 약 9개월 만에 결혼하게 됐으며, 결혼 직후부터 뷰티 산업을 구상하게 된다. 그 결과 그들은 1년 만에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천연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뷰티 편집숍 '프레쉬(fresh)'의 문을 열게 됐다. 가격에 상관없이 몸에 좋고 자극이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 이것이 그들의 브랜드 목표였다.

프레쉬의 개국 공신이자 현재까지도 대표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오벌숍' (사진=프레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두 부부는 유럽의 바디제품 생산업체들에게 비누 생산에 대해 배우고, 마침내 자신들만의 비누 제조법을 고안해 낼 수 있었다. 

그들의 비누는 럭셔리한 질감과 향기를 갖고 있었으며, 하나하나 직접 포장 작업을 거쳐 고급스러운 비누의 패키지를 만들어냈다. 첫 비누의 생산 수량은 약 800개, 막 문을 연 뷰티숍에게는 과분한 양이었지만 그들은 3개월 만에 모든 비누의 판매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는 곧 프레쉬의 서막이 됐다. 

당시에도 천연 성분으로 이루어진 뷰티 브랜드는 다수 있었으나 소비자들의 만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프레쉬는 포장지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몸에 좋은 무언가를 찾고 있던 보스턴의 소비자들은 성분에 대한 설명이 빼곡하게 적힌 프레쉬의 제품설명을 깐깐하게 읽어 내렸으며, 이러한 소비자들의 모습은 마치 보스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표상처럼 부각됐다. 

이후 1995년에는 미국의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으로부터 판매 제의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프레쉬는 바니스 뉴욕에 판매를 시작하게 됐는데, 약 이틀 만에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판매 완료했다. 이 시기에 프레쉬는 브랜드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이때 판매된 비누가 현재 프레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오벌솝 컬렉션'이다. 은은한 향기와 일본에서 공수해 온 종이를 와이어로 감싸 원석으로 장식한 패키징이 매력적인 오벌솝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감각적이고 섬세한 느낌의 패키징을 고수하고 있다.

레브 글레이즈먼의 섬세한 후각으로 만들어진 비누의 향과 질감, 알리나 로잇버그의 디자인 능력을 살린 프레쉬의 제품 디자인은 그들을 단숨에 인기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전통적인 지혜와 현대의 기술을 접목시킨 프레쉬의 제품들  (사진=프레쉬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전통과 현대의 만남, 두 부부의 마법 같은 화장품

두 부부는 프레쉬의 문을 연 후 3년 동안 비누만을 생산했으나, 차차 바디케어와 색조제품 전반으로 종류를 넓혀나갔다. 프레시의 화장품들은 설탕, 콩, 우유, 쌀 등 식재료를 주 원료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사람은 여기에 더해 각 나라의 민간 미용법을 수집해 제품화했다.

이렇듯 프레쉬의 제품 라인업은 색다르다. 프레쉬는 세계의 전통적인 치유법을 찾아다니며 과거 속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때부터 활동적이었던 레브 글리이즈먼은 넘어지고 다칠 때마다 할머니가 발라 줬던 갈색설탕을 떠올렸다. 이러한 민간요법에 현대의 기술을 접목시킨 두 부부는 과거 할머니가 상처를 치료해 주기 위해 설탕으로 상처를 치료해 줬던 민간 치료법을 착안한 '브라운 슈가 라인'을 마련해 낼 수 있었다.

더불어 ▲기원 전 2세기부터 내려오는 세계 최초 크림의 포뮬러를 재현해 낸 프레쉬의 안티-에이징 크림 '크렘앙시엔느CrèmeAcienne' ▲일본의 게이샤들이 피부결을 부드럽게 유지하고 독소를 배출하기 위해 목욕하던 전설의 비법에서 영감을 받은 '사케 라인'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냈다.

실제 먹는 성분을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한 최초의 화장품 회사인 프레쉬는 색다른 제품 개발력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그들은 과거의 지혜를 담아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과 현대의 최첨단 기술력을 접목시켜 제품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도 제품 개발의 전반에 힘을 쓰고 있는 두 부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천연의 원료를 발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러한 두 부부의 노력은 프레쉬를 미국,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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