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자투리 시간을 화폐로?..서울 '시간은행사업'으로 '1인가구 품앗이' 가능한가
[뉴스줌인] 자투리 시간을 화폐로?..서울 '시간은행사업'으로 '1인가구 품앗이' 가능한가
  • 김다솜
  • 승인 2022.05.12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간은행 사업 개념도 ⓒ서울시
서울시간은행 사업 개념도 ⓒ서울시

현대의 도시에선 이웃의 도움을 바라기 힘들다. 특히 1인가구는 더욱 그렇다. 벽간,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있지 않고서야 내 옆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 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웃끼리 서로 돕고 돕는 품앗이 개념도 희박해진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서울에서 품앗이 사업이 시작됐다. 삭막한 이 도시에서도 품앗이가 가능할까? 

서울시는 9일부터 ▲국민대·정릉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타임뱅크하우스 ▲서울시청 등 4개 거점 지역에서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운영 중인 타임뱅크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타임뱅크는 나의 시간과 재능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베푼 도움을 저축해 추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사회변화 운동이다. 1980년대 미국의 에드거 칸(Edgar Cahn) 박사로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타임뱅크에서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등하다. 전문의의 1시간 진료 봉사도, 대학생의 1시간 길거리 청소 봉사도 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연령과 장애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간은행은 14세 이상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일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돌봄·나눔 활동을 적립할 수 있다. 이웃의 반려동물의 산책을 대신 해주는 간단한 일부터 집 수리를 돕고 출근 시간 차를 나눠타는 행동 등이 모두 은행에 쌓이는 것이다. 

가령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1인가구 청년은 추후 자취방 이삿짐 나르기와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시간은행에 가입을 희망하는 이들은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에 가입하면 된다. 시범 사업이 추진되는 4개 거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활동수요와 공급 매칭, 시간 화폐 적립 및 사용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대-정릉 지점은 대학연계모델로 대학생과 지역주민·상인 간 상생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학생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사회적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기회를, 지역주민들은 대학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각각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지점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특성을 살려 ‘세대통합형’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타임뱅크하우스 지점은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홍은동에 위치하고 있어 ‘노노(老老)케어’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서울시청 지점은 같은 직장 동료라는 기존 신뢰 관계에 기반한 모델로 아이돌봄, 카풀 등의 도움을 주고 받으며 안정적인 직장공동체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는 올 하반기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시범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해 내년까지 해당 사업을 전 지역, 전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의 신뢰성과 당근마켓 등 민간 거래앱 같은 편의성을 갖춘 온라인 플랫폼도 론칭하기로 했다. 

시는 ‘서울시간은행’이라는 방식으로 시민 주도의 상호호혜적 관계망 구축과 건강하고 견고한 공동체 형성을 유도해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인한 소외·고립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