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알뜰폰 가입자가 1200만명을 돌파했다. 물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통신비를 아끼기 위해 알뜰폰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함에 따라 알뜰폰 요금이 더욱 저렴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협의를 통해 도매대가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 통신망을 임대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를 가리킨다. 도매대가가 낮아질수록 알뜰폰 사업자의 이익률은 높아지게 되므로, 보다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음성 및 데이터 등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종량제 도매대가를 약 20% 인하하기로 했다. 음성은 분당 8.03원에서 6.85원으로, 문자는 1MB(메가바이트)당 1.61원에서 1.29원으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3G 요금제에 적용되는 종량제 역시 20%가량 인하됐다. 다만 LTE, 5G 요금제의 수익배분 대가율은 1~2%p 인하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SK텔레콤은 기존의 ‘밴드데이터’ 요금제 대신 ‘T플랜’ 요금제를 도매제공하면서 ‘2.5GB’, ‘5GB’, ‘100GB’ 등 세 구간에 대해서만 도매대가를 낮추기로 했다. 수익배분율 인하폭은 1%p에 그쳤다.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11GB’ 구간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5G 도매대가의 경우 인하가 되더라도 수익배분율이 59~62.5%로 LTE 요금제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알뜰폰 업계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외에도 알뜰폰 이용자 보호 관련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알뜰폰 사업자들이 한국소비자연맹과 함께 자체적으로 가입-이용-해지 등 전 단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통신3사 서비스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자체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올 초에 첫 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는 알뜰폰 선택지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달 말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자사 알뜰폰 요금제를 토스 앱을 통해 선보인다. 최저가 알뜰 요즘제를 통한 출혈 경쟁은 지양하고 원스톱 개통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비바리퍼플리카는 10여개 내외의 요금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엠모바일은 월 2만원대의 5G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 매달 5G 데이터 기본 20GB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로, 알뜰폰 업계에서는 최초다. 기존 알뜰폰 업체들은 10GB 이하 저가요금제와 100GB 이상 고가 요금제 두 가지만 제시했다.
이통3사의 요금제를 도매가격으로 공급받아 재판매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통3사에 없는 새 요금제를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요구로 이통3사가 24~30GB에 5만9000~6만1000원짜리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며 알뜰폰 업계도 중간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KT엠모바일을 시작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중간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