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옮기려면 승강기 사용료 50만원? ‘이중부과’ 논란 
이삿짐 옮기려면 승강기 사용료 50만원? ‘이중부과’ 논란 
  • 김다솜
  • 승인 2023.12.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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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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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관리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 대상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별도로 부과되는 승강기 사용료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사·리모델링 시 내야 하는 승강기 사용료는 법적 기준이 없어 아파트·오피스텔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주세대들은 이미 관리비를 통해 매월 승강기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어 이중부과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9년 서울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사세대에 부과되는 승강기 사용료는 평균 10만4000원으로 최고 55만원에 달하는 단지도 있었다. 

이같은 승강기 사용료는 단지마다 천차만별이다. 별도의 승강기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기준에 따라 승강기 사용료를 다르게 매기거나 일괄적으로 높은 승강기 사용료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서울 A아파트는 전·출입 세대에 기본 사용료 7만원을 부과하고 층당 1000원을 추가사용료로 납부하게 했다. 10층으로 이사 가는 세대라면 기본 사용료 7만원에 층당 추가요금 1만원을 더해 8만원을 부과하게 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인테리어 공사 세대에는 기본사용료 3만원, 공사기간 1일당 1만원을 추가로 내게끔 정했다. 

경기도 B아파트는 얼마 전 전·출입 세대에 부과하는 승강기 사용료 기준을 변경했다. 사다리차를 이용하는 세대가 내야 하는 사용료는 기존 1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사다리차가 불가한 세대는 기존 5만원에서 20만원을 내도록 했다. 

승강기 사용료가 이처럼 단지별로 천차만별인 이유는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때문이다. 이 법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으로 승강기 등의 유지 운영 기준을 포함하도록 했다. 법에 따라 승강기 사용료 기준은 단지별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행정기관의 개입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노려 승강기 사용료를 ‘갑질’의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전남의 C아파트는 할인분양 세대의 입주를 막기 위해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취지의 공고문을 부착했다. 

택배기사에게 승강기 이용료를 부과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세종시의 D아파트는 택배기사에게 공동현관 카드키를 발급받아 출입할 것을 요구하며 카드키 보증금 10만원, 승강기 사용료 월 1만원을 부과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입주민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별도의 승강기 사용료는 이중부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월 납부하는 관리비에 승강기 사용료를 내고 있으니 추가로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리주체 측에서는 이사로 인해 무거운 짐을 엘리베이터에 적재하면 그만큼 고장과 흠집의 위험이 높아지고, 이삿짐을 옮기는 동안 다른 주민들이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기 때문에 승강기 사용료 부과는 합리적이라고 봐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승강기 사용료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마다 사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어 제도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편 서울시는 2019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현행 기준들이 승강기 사용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동거리·사용하중·사용시간 등 인자들에 부합해 나름의 합리성을 가진 기준”이라면서도 “각 아파트별로 기준과 금액이 제각가인 탓에 전입자 입장에서는 전보다 많은 사용료를 부과받은 경우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차만별 승강기 사용료와 이에 따른 시민의 불편은 근본적으로 승강기 사용료 표준안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 금년 내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춘 서울시 자체 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4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승강기 사용료에 대한 표준안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