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삶인터뷰] 신아로미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아도 큰일 안 난다"
[혼삶인터뷰] 신아로미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아도 큰일 안 난다"
  • 오정희
  • 승인 2024.03.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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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의 대변인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혼자 사는 삶(이하 혼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혼삶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그들의 삶이 수면위로 떠올라 공개 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삶에 만족하면서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을 하며, TV방송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인스타 등의 미디어를 통해 나 보다 먼저 혼삶을 경험한 다른 이들을 찾기도 한다. 

영상에서 비춰지는 것이 아닌 실제는 어떠할까? 아직 한참 도시생활이 즐거울 나이(?)인 30대,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로 이주해 혼자 사는 삶을 택한 혼자서도 잘 사는 신아로미씨 만나봤다.

SNS 상에는 그녀에 대한 다양한 평이 있었는데, 실제로 만난 그녀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스스로 정의하고 책임질 줄 아는 멋있는 여성이었다. 

신아로미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그녀의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혼삶에 대한 이해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신아로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신아로미 제공)
(사진=신아로미 제공)

Q.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 출간 하셨던데 축하드려요. 

출간 되자마자 에세이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출간한다고 이야기했을 때부터, 많은 분들이 기다렸던 것 같아요. 책의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내 책이 잘 안되면 저처럼 살고 계신 분들이 ‘우리는 다같이 비주류인가보다’라고 생각할까봐 무서웠어요. 하지만 1등을 하니까, 내가 그 분들의 마음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이 되어서 뿌듯했던 것 같아요.

Q.책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싶으셨나요? 

왜 결혼을 안했고, 결혼을 안 해서 어떠한가, 어떻게 혼자 잘 살아가고 있는지 등 혼자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의미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Q.많이 받으시는 질문일 것 같은데요. 왜 결혼을 안하셨나요? 

잘 살아 보고 싶어서 안했어요. 3번 정도 할 뻔 한 적이 있었는데, 원하는 만큼의 내 커리어를 이루지 못했고, 결혼하면 안정감에 취해 더 이뤄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사는 행복을 누리지 못할 것 같았어요. 애를 데리고 여행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굳이 지금의 삶보다 더 좋아질 수 있는 확률보다, 아닐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삶에 만족을 하기 때문에, 더하거나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하겠지만, 안 해도 괜찮다는 입장입니다. 혼자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드러내 놓고 말을 안 한는 것 같아요. 잔소리를 많이 해서, 안 나오나 싶기도 하네요.  

Q.혼자 잘 살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혼자 잘 살고계신가요? 

심리상담이나 각종 검사들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독립심이 높고, 사람도 안 좋아하고, 사회생활도 힘들고, 자기만족도 높고, 원래 혼자 잘 살게 태어난 것 같아요. 뭔가 남이랑 사는 게 힘이 드는데, 이런 제 상태를 알고 나서는 억지로 노력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남과 어울려하거나 혼자 하거나 등의 좋아하는 운동 스타일이 따로 있잖아요? 본인은 남과 어울리는 것이 어떠한가를 떠올려 보니 친목 도모하는 운동을 싫어하더라고요. 이런 성향을 파악하고 나서 혼자 생활하게 된 것 같아요. 

(사진=신아로미 제공)
(사진=신아로미 제공)

Q.도시를 떠나 혼자 시골 살이 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계시던데, 실제 살아보니 시골 살이 어떠세요?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으세요?

시골 살이는 불편해요. 편리성 부분에서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렇게 때문에 먼저 제가 싫어하는 것들을 찾아봤어요. 싫어하는 것들이 큰 도시에 있더라고요. 편리한 대중교통, 저렴한 버스와 지하철, 무료공원, 도서관 등 대도시의 장점도 있지만 아파트 같은 모르는 사람이 붙어있는 공동이 싫었어요. 각종 냄새가 나고, 랜덤한 사람들이 보이는 것이 스트레스였습니다. 

오히려 시골에서 불편한 것은 참을 수가 있었어요. 여기에서 불편한 것이 있지만 서울보다 현저히 낮았어요. 100으로 환산했을 때 만족감의 시작이 서울은 30이었다면 시골은 70부터 시작되더라고요.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아요. 외로움 타는 사람이면 여기에 못 왔을 것 같습니다. 10년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고 살아봐서 어떤 곳에 가야 좋을지를 미리 알았던 것 같습니다. 

Q.여자 혼자 시골에 산다는 가정 하에 많은 분들이 치안을 걱정합니다. 실제 살아보니 안전은 어떠한가요?

시골 텃세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내 일은 아닌 남의 일 같은 느낌이에요. 성추행, 주거침입, 길에서 안 좋은 경험 등 서울이 오히려 위험했던 기억이 많아요. 이 곳은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가 사시던 동내였기 때문에 알고 계신 분들이 있고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연고지 없는 경남고성에서 사는 친구가 있는데, 되게 만족하고 있어요. 도시에 산다고 해서 다 안전하고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사진=신아로미 제공)
(사진=신아로미 제공)

Q.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불안 때문에 나보다 먼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약간 미래에 대한 가이드를 먼저 보는 느낌? 신아로미님도 그런 분이 있나요?

크리에이터는 생긴지 얼마 안 된 직업인만큼 롤 모델을 찾기 힘들어요. 제 롤모델은 엄정화, 문숙, 송은이 등의 연예인입니다. 이분들은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면서 오랫동안 자기 커리어를 계속 놓지 않고 일하시는 분들. 자기답게 혼자 사는 여성분들 이시거든요.

Q.이쯤 되니 어떤 생활 신조를 가지고 계신지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아도 큰일 안 난다. 

Q.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요. 미디어로 재미있는 내용만 접하고, 아무런 계획 없이 로망만 갖고  혼자 사는 삶이나 시골 살이를 하고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쓴 소리 한 마리 해주세요. 

쓴 소리 해줄 것은 없어요. 다 닥치면 살게 됩니다. 후회할 수는 있지만 잘 맞을 수도 있어요. 안 해봤으면 모르는 것이죠. 혼자 사는 것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에요. 돈이 없는 상태로 자취를 시작했어요. 부모님이랑 살 때는 돈의 중요성 몰랐는데, 혼자 살게되다 보니 살아야겠다는 생존본능이 생기더라고요. 열심히 돈을 벌게 되어서 생활수준을 높여나갔습니다. 최대한 빨리 살아보는 것 추천합니다. 너무 안전지대에서 살기보다 본인을 그런 상황 속에 넣어서 자립심을 키워야 합니다. 

(사진=신아로미 제공)
(사진=신아로미 제공)

 

Q.질문을 반대로 바꿔 볼게요. 혼자 사는 것에 다양한 힘든 일이 있겠지만 좋은 점도 있을텐데요.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싫은 것이 없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소리, 물건, 공간 등 내가 내 멋대로 만든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어떻게 싫을 수 있을까요? 아, 말을 잘하게 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해봤다는 것이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말 잘하는 분들의 특징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나만의 것들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에요. 혼자 시간을 보낸 분들은 스스로의 고찰이 말에 녹아서, 말을 잘 할 수밖에 없어요. 하루에 1개만 생각해도 1년이면 365개이니 자기 주관이 확고해지는 생각을 많이 해본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Q.힘들 때도 있으실 것 같아요.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쓰레기 버리는 것 등 힘들 때 귀찮은 일, 하기 싫은 일은 하나씩 하려고해요. 정신적으로 우울하거나 할 때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심리 어플 등을 통해 심리상담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요. 돈을 씁니다. 힘든 것 중에는 돈쓰면 해결되는 일들이 많아요. 

(사진=신아로미 제공)
(사진=신아로미 제공)

Q.혼삶의 고수같은 느낌이 나시는데, 생활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생활비 절약법 같은 것이 있다면 같이 이야기해주세요.
혼자 사니까, 전자제품에 많이 투자합니다. 식세기, 인덕션,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 혼수를 내가 다했다는 느낌이에요. 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계는 투자를 합니다.

배달이 안 되기도 하지만, 배달음식은 안 먹습니다. 요리하기 싫을 때는 밖에서 포장을 해 와서 나눠서 먹습니다. 의외로 요리 할 때 보다 쌀 때도 있어요. 신선제품 판매 사이트에서 할인쿠폰 줄 때까지 기다렸다 사기도하고, 동네 분들과 친하게 지내서 채소 등을 얻어 먹기도 하는 등 나만의 방법으로 과소비 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프리랜서이다 보니 월급이 없어 매달 저축하는 방식은 맞지 않았어요. 돈 생각을 안 하고 삽니다. 물욕이 별로 없어서 쓸 때 없는 것은 안 사고 먹고 싶은 것 다 먹어요. 쓸모없는 물건만 안사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뭔가를 더 해야지 하기보다 쓸 대 없는 것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됩니다.

(사진=신아로미 제공)
(사진=신아로미 제공)

Q.여행 유튜버로도 오래 동안 활동을 해오셨는데, 혼자 가기 좋은 여행지가 있으면 국내외 상관없이 추천해주세요. 

한국은 어디를 가던지 혼자 여행하기 힘들지 않으니 제외하고 국외를 이야기할게요.태국, 대만, 홍콩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초보이고 해외여행이 겁난다하는 분들은 1순위로 대만을 추천합니다. 대만은 한국어 하는 분들이 많고 지하철도 잘 되어 있고 간판만 한자인 서울 같은 느낌이에요. 조금 더 조용한 그런 느낌이요. 일본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아요. 대만 사람들이 한국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한국 사람도 많고 해서 도움청하기 편해요. 

Q.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혼자 살 때는 대단한 것을 원해서 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은 마음 없고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혼자 사는 것은 잘 살아보고 싶어서 선택하는 것이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선택을 잘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서 최선인 것, 이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건강하지 않을까요?

70대에서 요가 제일 잘하는 할머니가 목표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나답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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