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줌인] 농심, 외부 출신 조용철 대표 내정...'초고속 승진' 신상열 대관식 위한 완충 장치?
[재계줌인] 농심, 외부 출신 조용철 대표 내정...'초고속 승진' 신상열 대관식 위한 완충 장치?
  • 정단비
  • 승인 2025.12.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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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최근 조용철 영업부문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하고,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삼성 출신인 조 부사장이 대표로 승진하면서 농심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 인사가 경영 최고책임자에 오르게 됐다.

조 신임 사장은 1987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실과 동남아 총괄 마케팅 팀장, 태국 법인장을 거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2019년 농심 마케팅부문장 전무로 입사한 뒤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영업부문장을 맡아 국내외 영업을 총괄해왔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전무는 내년 1월 1일부로 부사장에 오른다. 신 부사장은 2019년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 부장, 구매담당 상무를 거쳐 지난해 전무에 올랐다. 입사 6년 만에 부사장까지 오르는 초고속 승진 행보가 이어졌다.

재계에서는 그간 내부 승진 관행을 고수해온 농심이 외부 출신을 대표로 앉히고 오너 3세인 신 전무를 동시 승진시키면서, 이번 인사의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신유열
신상열 농심 부사장 ⓒ농심

입사 6년 만에 부사장...경영 승계 신호탄

업계는 입사 6년 만에 부사장까지 오른 오너 3세의 빠른 행보를 두고, 경영 승계 본격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 부사장은 1993년생으로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 입사했다. 2021년 말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하며 29세 나이로 농심 역사상 첫 20대 임원이 됐고, 지난해 미래사업실장 전무에 올랐다. 현재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 투자 및 인수합병 등 농심의 미래 방향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신임 대표가 신상열 부사장이 실질적 경영권을 넘겨받기 전까지 리스크를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을 내세웠지만, 오너 3세의 빠른 승진과 동시에 이뤄지면서 실질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업주 시절부터 농심에서 오너가와 발맞춰 온 이병학 대표이사와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정통 농심맨들이 완전히 물러나면서,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농심의 전반적인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 추격에 '위기감'...글로벌 전문가 카드 꺼내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삼양식품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낀 농심의 전략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시가총액에서 농심을 압도하자, 제조 중심 리더십의 한계를 인정하고 영업·마케팅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지난해 5월 삼양식품은 시가총액에서 농심을 추월했다. 현재 삼양식품 시가총액은 약 10조원을 넘어서며 농심(약 2.8조원)의 4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2022년 초만 해도 농심이 삼양식품보다 2.6배 컸던 것과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다.

영업이익률 격차는 더 극명하다. 2024년 기준 삼양식품은 약 2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농심은 4.7%에 그쳤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77%에 달하는 동안, 농심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열린 농심 제6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농심은 국내에서는 강자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에 밀리고 있다"며 "같은 기간 농심 주가는 제자리인데, 삼양은 45배 올랐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애 농심은 뒤늦게 비전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 달성을 목표로 사업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영업통인 조 신임 대표 체제에서는 단기 실적 개선과 주가 방어를 위한 공격적 '숫자 경영'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농심은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수출 전용 녹산공장을 설립 중이며,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3분기 실적 부진...4분기 반등 기대

농심의 2024년 3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감소했고, 매출은 8504억원으로 0.6% 줄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시가총액이 2조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2025년 들어 실적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3분기 영업이익은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법인의 회복세와 국내 원가 개선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조 신임 대표와 신 부사장의 '투톱 체제'가 삼양식품의 거센 추격 속에서 농심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경영 승계를 위한 과도기적 구도에 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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