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올해 재계 순위에서 4계단 하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79위에서 올해 83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3조514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39억원으로 12.8% 늘었다. 신라면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가 확대되며 수익성도 개선됐다. 실적은 좋아졌는데 순위는 내려간 셈이다.
자산은 늘었는데 순위가 내려간 역설
농심의 공정자산은 지난해 5조6435억원에서 올해 6조1310억원으로 4875억원(8.6%) 증가했다. 자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었다.
그럼에도 순위가 하락한 것은 상대적인 변화 때문이다. 같은 기간 다른 기업집단들의 자산 증가 속도가 더 빨랐고, 신규 기업집단 진입도 이어졌다. 재계 순위는 절대적인 실적보다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만큼 농심보다 빠르게 몸집을 키운 기업들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계열사 수는 지난해와 같은 22개다. 1년 동안 ㈜세우를 신규 편입했고, (유)전일연마는 청산하면서 전체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2025년 실적 반등, 라면이 이끌었다
농심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3조5143억원, 영업이익은 183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 12.8%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에는 주요 제품 가격 조정 효과와 원가 부담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라면 사업이다. 라면 부문 매출은 2조9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중국·일본 등 해외 법인 매출이 성장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국내 매출은 2조7430억원으로 1.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24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왜 순위는 계속 하락세인가
농심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사업 다각화보다 라면·스낵·음료 중심의 본업 강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재계 순위는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늘리거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산을 확대하는 기업집단이 순위 상승에 유리하다.
반면 농심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전략을 택하면서 자산 증가 속도가 경쟁 그룹보다 낮았다. 실적 개선에도 순위가 하락한 배경이다.
2026년 1분기, 해외 성장세 지속
2026년 1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 9340억원, 영업이익 6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20.3% 증가했다. 순이익은 16.3% 증가한 607억원이었다. 국내법인 매출은 2.8% 감소했지만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법인 매출이 23.1% 늘었다.
해외 사업이 국내 시장 성장 둔화를 보완하는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농심은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판매 법인 설립 검토와 녹산공장 증설을 통한 수출 확대도 추진 중이다.
농심의 순위 하락은 사업 경쟁력 약화라기보다 자산 규모 중심의 재계 순위 체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