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솔본의 자회사 글로벌 헬스케어 IT 전문기업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전 대표의 배임 혐의 발생 공시를 계기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장기간 이어진 지배주주 관련 내부거래와 경영 투명성 문제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형식적으로는 ‘배임 혐의 공시’에서 출발했지만, 업계에서는 그 이전부터 누적돼온 모회사 솔본과의 거래 구조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인피니트헬스케어가 지난 10여 년간 솔본에 지급해온 경영자문·자산운용 수수료를 둘러싼 의문이 상장 유지 여부 판단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10년간 이어진 자문료, 실체 논란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모회사 솔본에 경영 자문 및 자산 운용 명목으로 약 205억원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솔본은 직원 수가 극히 적고 금융투자업 라이선스도 없는 회사로, 구체적인 자문 성과나 보고서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사회 결의 없이 계약이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 이후에야 과거 계약을 추인한 점도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솔본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배당과 급여 형태로 오너 일가에 귀속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기태 솔본 회장 일가는 솔본 지분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가족 구성원들이 고액 보수를 수령했다는 점도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투자·경영 판단 갈등 끝에 ‘배임 공시’
갈등은 경영 전략에서도 표면화됐다. 홍 회장이 인피니트헬스케어 자금을 활용해 미국 ETF 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 자산의 상당 부분이 금융투자 자산으로 이동했다. 반면 본업 투자를 강조하던 인피니트헬스케어 경영진과의 이견은 결국 김동욱 전 대표 해임으로 이어졌고, 이후 배임 혐의 발생 공시가 나오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됐다.
거래소 규정상 ‘전·현직 임원의 배임 혐의’는 실질심사 착수 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형식적 트리거는 배임이지만, 실질 심사 과정에서는 지배주주와의 내부거래 구조, 이사회·의사결정 체계, 소수주주 보호 여부가 함께 들여다봐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문 계약 전격 해제…‘사후 수습’ 지적도
논란이 커지자 인피니트헬스케어는 12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솔본과 체결했던 올해 경영자문 관련 업무용역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솔본에 지급한 약 26억원의 수수료도 돌려받기로 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측은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솔본과 경영자문 계약을 다시 체결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사회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논의됐으며, 회사는 분기배당에 이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실한 실적’과 ‘취약한 지배구조’의 충돌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의료 AI와 헬스케어 데이터 사업을 영위하면서 매출 1000억원대, 영업이익 100억원대의 실적을 내온 알짜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 정지와 상장폐지 심사라는 중대한 국면에 놓인 배경에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 인피니트헬스케어 주식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9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배임 사건을 넘어, 지배주주 내부거래에 대한 거래소의 판단 기준을 가늠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경영권 분쟁 소송 관련 정정 지연공시로 12월 9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 사유로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공시위반제재금 3200만원을 부과받았으며, 부과 벌점 8.0점(동건 벌점 4.0점, 2025년 7월 8일 지정유예 벌점 4.0점) 대신 제재금으로 대체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법원에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은 법원에서 16일 기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