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패싱·내부 감사 무력화…글로벌 사모펀드 소유 기업의 '거버넌스 리스크'
bhc의 박현종 전 회장이 6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bhc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리스크를 방지해야 할 시스템이 오히려 특정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돕거나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삿돈은 '쌈짓돈'…요트·제트스키 사고 리조트엔 '손녀방'까지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 공소장에 드러난 박 전 회장의 비위 행각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회사 자산을 사유화한 수준이다.
박 전 회장은 2023년 회사 자금 4200여만원을 들여 개인적으로 사용할 제트스키를 구입하고, 처제 명의의 법인을 통해 1억 9000만원 상당의 요트를 산 뒤 이를 회사의 'VIP 마케팅 행사'에 사용한 것처럼 꾸며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해 마련된 회사 소유 리조트조차 박 전 회장 일가의 별장처럼 쓰였다. 그는 매장 인테리어 공사로 위장해 리조트 내에 손녀를 위한 키즈룸을 만들고, 배우자를 위한 주방과 대리석 벽난로를 설치하는 등 약 7억7000만원의 회삿돈을 리모델링 비용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상적인 경영 활동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으로, 회사 자금 집행을 감시해야 할 재무 라인이 사실상 박 전 회장의 '개인 금고지기' 역할로 전락했음을 시사한다.
알짜 직영점은 가족에게, 음주운전 임원엔 공짜 오피스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회사의 수익 기반을 훼손하며 가족에게 특혜를 줬다는 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매출이 높은 서울 시내 핵심 상권의 bhc 직영점 두 곳을 폐점시킨 뒤, 이를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약 39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익성이 보장된 알짜 매장을 회사 자산에서 떼어내 가족의 사유 재산으로 돌린 전형적인 '배임' 행위다. 인사 및 보상 시스템의 난맥상도 드러났다. 박 전 회장은 이사회 의결도 없이 특정 임직원 4명에게 14억원 규모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다.
또한, 음주운전 사고로 차량 출퇴근이 어려워진 모 임원에게는 "출퇴근 편의를 봐주겠다"며 회삿돈 5억3000만원을 들여 고급 오피스텔을 임차해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감시자 없는 제왕적 경영"…무너진 내부통제
이번 사건은 bhc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bhc는 사모펀드(PEF)가 소유한 기업으로, 통상 사모펀드는 투명한 경영과 엄격한 재무 관리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박 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bhc에서는 이사회 견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십억 원대의 자금이 용도 외로 유용되고, 핵심 자산인 직영점이 부당하게 처분되는 과정에서 내부 감사나 이사회의 제동은 없었다. 박 전 회장이 경쟁사(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최근 유죄가 확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된 사건 역시 준법 경영 감시 시스템의 부재를 보여주는 예다. 당시에도 그는 회사 자금을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장악하고 사유화하는 동안 이를 견제할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감시 기능과 의사결정 체계가 총체적으로 붕괴된 '시스템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BHC는 2018년 12월 MBK파트너스가 박현종 전 회장(9.7%) 등과 함께 설립한 글로벌레스토랑그룹(GRG)에 인수됐다. 이후 지주사 역할을 할 GGS를 설립해 GRG를 흡수합병했으며, GGS의 최대주주(지분 45.2%)가 MBK다.
MBK파트너스 등은 뒤늦게 박 전 회장을 해임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수년간 지속된 경영 공백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bhc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히스토리 talk>
BHC는 다이닝브랜즈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근 4년(2021년~지난해)간 ▲2021년 750억원 ▲2022년 1568억원 ▲2023년 1359억원 ▲2024년 1220억원 등 총 4897억원이라는 배당을 진행하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MBK파트너스가 bhc 투자사로 등장한 2018년 이후에는 가격을 두 차례나 인상하면서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bhc가 연간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면서 치킨 가격과 납품단가 인상이 꼭 필요했냐는 지적이다.
12월 18일 BHC는 가맹점의 튀김용 해바라기유 공급 가격을 20% 올린다고 밝혀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