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금융자산 154조…’공공신탁’으로 경제적 학대 막는다
보험업계, 단순 보장 넘어 돌봄·신탁 아우르는 ‘종합관리자’로
올해는 한국 사회의 노인 돌봄 체계가 시설 입소 중심에서 ‘살던 곳에서의 노후(Aging in Place)’로 전환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오는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함께 중증 장기요양 수급자의 재가 서비스 혜택이 대폭 강화되고 치매 고령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신탁 제도가 시범 도입된다.
이에 따라 민간 보험업계 역시 단순한 병원비 보장을 넘어 돌봄 서비스와 자산 관리를 아우르는 ‘노후 리스크 매니저’로서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KIRI리포트 ‘노인돌봄정책과 보험회사의 역할’에 따르면 내년 3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은 고령자가 요양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기존 주거지에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신청하면 지자체 중심으로 의료, 요양, 주거 서비스를 한 번에 연계받는 원스톱 맞춤형 체계가 가동된다. 이를 위해 의료적 필요와 일상 돌봄 필요를 동시에 판단하는 통합판정 체계가 도입돼 의료처치가 시급한 이는 병원으로, 돌봄이 필요한 이는 가정으로 적절히 연계된다.
가정 내 돌봄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재정적 지원도 강화된다. 장기요양 1·2등급 중증 수급자의 월 재가급여 이용 한도액이 2025년 대비 각각 24만7000원, 20만원 인상된다. 또한 수급자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연간 단기보호 이용 가능 일수가 11일에서 12일로 늘어나고 종일 방문요양 이용횟수도 22회에서 24회로 확대된다.
중증 수급자가 가정에서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방문간호 최초 이용시 3회까지는 본인부담금이 전액 면제된다.
치매환자 금융자산 154조
‘공공신탁’으로 경제적 학대 막는다
고령화 심화로 치매환자의 자산관리 역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2023년 기준 고령 치매 환자 124만명이 보유한 금융자산, 일명 ‘치매머니’는 약 15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나 사기 피해를 막고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치매안심 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 제도는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 단계에서 본인 또는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공공기관(수탁기관)과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치매가 발병하면 수탁기관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의료비, 요양비 등을 계약 내용에 따라 지급한다.
아울러 기존에는 가족이 법원에 후견을 신청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가족이 없거나 단절된 경우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후견인을 선임하고 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체계가 강화된다.
공공돌봄 체계 변화에 발맞춰 민간영역인 보험사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공적 보험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비급여 영역과 생활 보조 비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기존의 사후적 보험금 지급을 넘어 재가 돌봄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돕는 ‘노후 리스크 매니저’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보험사들은 방문요양, 병원동행서비스 등 현물 서비스와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고 AI나 로봇돌봄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민간 돌봄 인프라의 공급자 역할을 맡게 된다. 또한 치매안심 재산관리 서비스와 연계해 장기적인 자산관리와 신탁기능을 결합한 종합 고령자 금융플랫폼으로서의 발전이 기대된다.
다만 취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투명한 약관구조와 서비스 제공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