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보험금 등 ‘신탁 대못’에 가로막힌 자산 선순환
정부, 공공신탁 시범사업 추진…”후견·돌봄 연계한 제도 개선 시급”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일명 ‘치매머니’ 규모가 급증하고 있으나 낡은 규제와 제도적 한계로 인해 해당 자산이 경제 선순환에 기여하지 못하고 동결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치매 환자의 생활 안정과 자산 유후화 방지를 위해 신탁 제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치매머니 관리를 위한 신탁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치매 고령자 수는 2030년 121만명을 거쳐 2050년 226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치매머니 규모도 가파른 상승세에 올라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치매머니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머니 규모는 약 154조원으로 국내 GDP의 6.4%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이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져 2050년에는 GDP의 15%를 넘어서는 48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 구성별로는 부동산이 약 113조원(74.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금융자산이 약 33조원(21.7%)으로 뒤를 이었다.
포괄적 자산 관리 가로막는 신탁 규제
문제는 치매환자의 인지 능력이 저하되면서 이 막대한 자금이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고 묶여버린다는 점이다. 자산이 동결되면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신탁을 가장 효과적인 관리수단으로 꼽지만 현행법상 제약이 많아 활성화가 더딘 실정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부동산의 신탁이 어렵다는 점이다. 고령층 자산의 상당수가 부동산이지만 자본시장법상 신탁 가능 자산에 채무가 포함되지 않아 신탁업자가 인수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또 치매보험금이나 연금 수급권 역시 현행 법령상 신탁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어 생활비나 의료비로 즉각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 공공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공공기관이 수탁자가 되어 치매 환자의 재산을 관리하고 의료비와 생활비를 지출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공공신탁의 대상을 민간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으로 한정해 민간 영역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또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특별수요신탁회사(SNTC)’ 사례를 들어 자산관리와 돌봄 기능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신탁 설정 시 위탁자로부터 돌봄 계획과 의향서를 제출받아 이를 신탁증서에 반영하고 수탁자가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수요에 맞게 비용이 지출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자산관리뿐 아니라 의료 결정 등 일상생활 지원을 위해 성년후견제도와의 연계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현재 후견 제도는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이용률이 낮은 상황인 만큼, 후견인 선임 절차 간소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