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일제히 시행된다. 노쇠·장애·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사람이 요양원이나 병원이 아닌 지금 사는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한꺼번에 지원받는 구조가 법적으로 완성되는 날이다.
보건복지부는 시행 22일 전인 3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통합돌봄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도입기(2026~2027)→안정기(2028~2029)→고도화기(2030~)의 3단계 추진 일정과 함께, 1단계에서 30종 서비스를 우선 연계하고 2030년까지 총 60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신청 한 번으로 30종 서비스가 연결된다
기존 복지 체계에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둔 사람이라면 경험한 불편이 있다. 방문요양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센터에, 방문건강관리는 보건소에, 노인맞춤돌봄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각각 따로 신청해야 했다. 기관마다 신청 서류도, 판정 기준도, 담당자도 달랐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에는 구조가 바뀐다. 핵심은 '병원·시설 중심'에서 '재가·예방 중심'으로, '소득 기준'에서 '돌봄 필요도 기준'으로의 전환이다. 한 번 신청으로 의료·요양·돌봄 4개 분야 30종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연계받는다.
1단계에서 연계하는 30종 서비스는 보건의료·건강관리·장기요양·일상생활돌봄 4개 분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방문진료, 치매관리, 만성질환 및 정신건강관리, 퇴원환자 지원 등 재가 의료서비스가 확대되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방문건강, 장애인 지역사회 중심재활 등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공된다. 장기요양 분야에서는 방문간호·방문요양·방문목욕 이용 한도를 늘리고 주야간 보호기관 내 단기보호 요양서비스도 확충한다. 여기에 긴급돌봄, 응급안전관리, 주거지원 등 일상생활 지원이 더해진다.
장기요양과 무엇이 다른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부터 시행된 사회보험 제도다.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라도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이 있고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을 판정하고, 등급에 따라 방문요양·방문간호·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나 시설급여를 제공한다.
통합돌봄과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판정 기준이 다르다. 장기요양은 등급(1~5등급·인지지원등급) 판정을 거쳐야 서비스를 받는다. 등급을 받지 못하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해도 보험 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 통합돌봄은 소득과 관계없이 돌봄 필요도만 충족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장기요양 등급이 없더라도 실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확인되면 지자체 판단으로 지원이 연결될 수 있다.
또 서비스 범위가 다르다. 장기요양은 요양·간호·목욕 등 신체 수발 중심이다. 통합돌봄은 여기에 방문진료, 치매관리, 정신건강, 주거지원까지 더한 구조다. 의료와 요양, 복지를 하나의 창구에서 연결한다는 게 핵심 설계다.
장기요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중심이 되는 운영 주체도 차이가 있다. 통합돌봄은 시·군·구 지자체가 전담 조직을 꾸리고, 통합지원협의체를 통해 보건의료·요양·돌봄 분야 기관들의 협력을 조율한다.
아울러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사람도 통합돌봄 신청이 가능하고,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통합돌봄을 신청한 뒤에도 개별 서비스(장기요양 등)는 별도 신청이 필요하다.
어떻게 신청하나?
1단계(2026~2027년) 기준, 노인, 고령 장애인, 65세 미만 의료필요도가 높은 심한 장애인(지체, 뇌병변 등)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2단계부터는 중증 정신질환자로 확대하며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소득·재산 기준은 없다.
신청은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가능하다. 우편·팩스 신청도 된다. 지방정부는 당사자의 신청 없이도 대상자를 발굴하여 직권으로 통합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시·군·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요양 돌봄 필요도를 조사한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식사 기능, 신체 기능, 질병·복약 관리, 가족 돌봄 상황, 주거환경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군·구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지원회의에서 승인·조정한다. 이후 서비스 연계가 시작된다.
지자체 준비는?
보건복지부가 3월 5일 기준으로 점검한 결과, 전국 229개 시·군·구의 98.3%가 사업 기반 조성을 완료한 상태다. 219개(95.6%)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227개(99.1%)가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다만 일부 의료·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시행 초기 연계 가능한 서비스 종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은 전년 71억원에서 914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중 지역서비스 확충 예산은 620억원이며, 고령화율과 의료취약지 여부 등을 고려해 지자체당 4억·8억·10억으로 차등 지원한다. 전담인력 5300여 명이 시·도 및 시·군·구·읍·면·동·보건소에 배치돼 대상자 발굴부터 서비스 연계·모니터링까지 담당한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은 다르다. 국회 토론회에서는 2025년 장기요양서비스 예산이 17조4000억원,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2조원대인데 통합돌봄 서비스 확충 예산이 620억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게 본사업 예산인지, 시범사업 연장 예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는 비판이다.
전담인력도 논란이다. 기준인건비에 5300여 명을 반영했지만, 복지부가 국비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인원은 2026~2027년 동안 매년 6개월씩 2400명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인력의 인건비는 지자체가 자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혼자 사는 부모님이라면
독거노인·1인가구 고령자에게 이 법의 의미는 크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 가족이 돌봄 필요를 발견하고 행정 절차를 대신할 수 있지만, 혼자 사는 경우에는 그 자체가 어렵다. 직권 발굴 조항은 이 구조적 공백을 겨냥한 설계다. 지방정부는 당사자의 신청 없이도 대상자를 발굴해 직권으로 통합지원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재난 발생 등으로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경우에도 직권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