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조 묶이는 ‘치매머니’...신탁·후견 결합으로 푼다 
488조 묶이는 ‘치매머니’...신탁·후견 결합으로 푼다 
  • 김다솜
  • 승인 2026.05.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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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치매환자 자산 GDP 15.6% 전망…거시경제 뇌관 우려
경제적 착취·높은 문턱…기존 후견·민간신탁 한계 뚜렷
“정부 주도 공공신탁 도입·복지 연계 시급”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이른바 ‘치매머니’의 동결 위기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인지 기능  저하로 자산이 묶일 경우 환자 개인의 생존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서 격리돼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고령 치매환자의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후견과 신탁의 상호보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고령 치매 환자는 100만명 이상에 달하며 2044년에는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기준 고령 치매 환자 중 약 76만명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153.5조원으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6.4% 수준이다. 보고서는 향후 고령 치매 인구의 증가로 치매머니가 2050년 약 488조원까지 확대돼 예상 GDP의 15.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광범위하게 동결될 경우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거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환자 개인 차원에서도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필수 지출 충당이 어려워져 생활 안정이 위협받을 우려가 크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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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후견제도와 민간신탁의 한계 뚜렷 

현재 치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의사결정지원 제도는 실효성에 한계가 뚜렷하다. 대부분 인지 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이후 사후적으로 신청하는 법정후견은 피후견인의 신상보호보다는 재산 행위 통제에 치중돼 운영된다. 

더욱이 노인 경제적 학대 가해자의 52%가 가족 및 친인척이라는 통계는 가족 중심의 후견제도가 지닌 착취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산 운용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신탁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민간신탁 시장은 최소 신탁 금액이 높게 설정돼 있고 수수료 부담이 커 중·저소득층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보고서는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집합특별수요신탁’ 도입을 제안했다. 소규모 신탁 재산을 국가 주도로 집합 운용해 관리 비용과 보수를 낮춤으로써 취약계층의 이용 문턱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공공기관을 통해 저소득층 수수료 상당 부분을 국가가 지원하며 공공신탁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복지 및 세제 제도와의 연계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미국의 특별수요신탁은 장애인의 공공부조 수급 요건 산정 시 신탁 재산을 제외해 사회보장 혜택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도 고령 치매 환자의 필수 지출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신탁에 한해 복지급여 산정 기준을 완화하거나 일정 수준의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나아가 고령층의 자산 구조 특성을 반영한 법체계의 근본적 정비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고령자들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금융자산 위주로 설계된 해외 신탁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어렵다. 

현재 신탁법과 자본시장법으로 이원화돼 있는 신탁 관련 법체계의 정합성을 높여 대출 등 채무가 포함된 부동산도 원활하게 신탁 재산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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