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증명’ 요구하는 바우처 사업…실집행률 65~84%에 그쳐
“월경은 기본적 인권” 해외 입법 사례 참고해야
생계비 부담이 큰 여성 1인가구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필수재인 생리대 가격에 대한 부담이 깊어지는 가운데 월경용품 접근성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월경권: 가격 이슈를 넘어 건강과 인권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생리대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인용한 2024년 영국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리대 1개당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0.113달러, 약 153원) 은 조사 대상 30개국 중 7번째로 비싼 나라였다. 생리 기간에 필요한 약값 등을 모두 포함한 총비용 조사에서도 한국은 알제리와 요르단에 이어 생리용품이 비싼 국가군에 올랐다.
이같은 높은 가격 구조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심리적·경제적 압박을 주고 있다. 실제 생리대 구매자의 80.6%가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93.2%는 가격 안정화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발생한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 이후 확산된 케모포비아(Chemophobia, 화학물질 공포증)는 소비 왜곡 현상까지 불러왔다. 안전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일반 제품보다 평균 20% 이상 비싼 유기농 및 프리미엄 제품으로 몰리면서 여성 1인당 지출 비용이 이전보다 40% 가까이 증가하는 등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선별적 바우처 지원제도, 낙인효과에 낮은 실효성
해외 입법 사례 찾아보니…
지난 2016년 이른바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정부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월경용품 바우처 지원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으나 그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실집행률 자료를 보면 2022년 65.2%, 2024년 78.3% 등 여전히 상당한 예싼이 집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저조한 실적의 원인으로는 ‘선별적 복지’의 구조적 한계가 꼽힌다. 수혜를 받기 위해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낙인감과 심리적 부담을 줘 신청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바우처 신청과 카드 발급 절차가 분리되고, 만 14세 미만은 보호자 동의가 필수여야 하는 점 등 복잡한 행정 절차도 접근성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목됐다. 카드사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제한적이어서 도서·산간 청소년들은 바우처가 있어도 물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실정인 데다 온라인 바우처몰의 가격이 일반 시장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실질적 선택권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생리용품을 사치품이 아닌 필수재로 규정하고 다양한 입법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은 ‘탐폰세(Tampon Tax)’를 폐지하거나 인하해 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뉴질랜드와 영국은 모든 국공립 학교에 생리용품을 무상으로 비치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스코틀랜드는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모든 사람에게 무료 생리용품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시행하며 인권 중심의 정책 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국내에서도 이같은 ‘보편적 월경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입법·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생리용품의 제조 및 유통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조사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가격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단기 자극 시험 위주인 현재의 안전성 평가를 넘어 장기 사용에 따른 체내 축적 독성 및 생식 건강 영향에 대한 역학 연구를 법제화할 필요성도 거론됐다.
궁극적으로는 여성청소년을 위한 공공생리대 비치 근거를 신설하고 특정 계층에 한정된 지원을 넘어 모든 여성이 안전한 환경에서 월경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 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 월경권에 대한 논의는 가임기 여성 등 특정 집단을 위한 복지 정책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