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인가구 정책① 영국 고독 장관 탄생의 배경...한 의원의 죽음이 세계를 바꿨다
영국 1인가구 정책① 영국 고독 장관 탄생의 배경...한 의원의 죽음이 세계를 바꿨다
  • 김영호
  • 승인 2026.04.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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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국 노동당 의원 조 콕스의 피살은 ‘고독’이라는 단어를 정치의 언어로 바꾼 사건이었다. 그가 직접 시작한 위원회는 죽음 이후 더 강해졌고, 2년 뒤 세계 최초의 고독 장관과 국가 전략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코로나를 계기로 고독 대책을 시작했다면, 영국은 한 의원의 삶과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조 콕스는 웨스트요크셔 출신으로, 2015년 총선에서 배틀리 앤 스펜 선거구 노동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노동자 계층 집안에서 자란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 초기에 낯선 환경 속에서 고독을 경험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의원이 된 후 그는 난민 지원, 시리아 내전 대응, 어린이 자폐 지원 등 다양한 의제를 다뤘다. 그 중 하나가 고독이었다. 콕스는 고독이 노인, 새로 부모가 된 사람, 난민, 사별한 사람 등 모든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공중보건 문제라고 봤다. 그는 고독을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 문제로 프레이밍했다.

2016년 초, 그는 고독의 원인과 해법을 연구할 초당파 의회 위원회를 직접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획은 완성되지 못했다.


조 콕스 의원 피살 사건

2016년 6월 16일, 콕스는 선거구 주민을 만나러 가던 길에 피살됐다. 그는 자신의 신념 때문에 살해당했다. 극우 성향의 공격자 토머스 메어가 저지른 이 사건은 영국 법원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신봉한 테러 행위로 판결됐다. 메어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의회는 소환됐고, 여야 의원들이 함께 앉아 조의를 표했다. 이 당시 콕스가 첫 의회 연설에서 남긴 말 “우리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회자됐다.


고독 위원회의 시작

콕스가 시작하려 했던 위원회는 그의 죽음 이후 그의 이름을 달고 출범했다. 2017년 1월 31일, 노동당 의원 레이철 리브스와 보수당 의원 시마 케네디가 공동 위원장을 맡아 ‘조 콕스 고독 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처음부터 초당파로 설계된 것은 콕스의 정치 철학을 반영한 것이었다.

위원회에는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에이지 UK, 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 영국 적십자, 고독 종식 캠페인, 케어러스 UK, 코업 등이 함께했다.

약 1년의 조사 끝에 2017년 12월 최종 보고서 ‘고독과 싸우다: 한 번의 대화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영국 성인 약 90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14%가 자주 또는 항상 고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65세 이상 360만 명이 텔레비전을 주된 대화 상대로 삼고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고독의 경제적 비용도 추산했다. 공공 지출 기준 연간 37억 파운드(2017년 기준)의 비용이 발생하며, 만성 고독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유사하다는 당시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보고서의 핵심 권고는 세 가지였다. 국가 리더십(담당 장관 임명), 고독 측정(국가 지표 개발 및 연간 보고), 자금 지원(구체적인 이니셔티브 재원 마련)이었다.


2018년 1월: 세계 최초의 고독 장관 탄생

2018년 1월, 테레사 메이 총리는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하고 트레이시 크라우치를 세계 최초의 고독 담당 장관으로 임명했다.

크라우치는 스포츠·시민사회 장관직에 고독 담당이 추가되는 형태로 임명됐다. 그는 “우리는 지금 세계 최초로 고독에 관한 국가 행동 계획을 만들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의 고독 국가 전략 ‘연결된 사회: 고독을 다루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9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이 전략은 GP(주치의)가 고독한 환자를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연결하는 ‘소셜 프레스크라이빙(사회적 처방)’을 핵심 수단으로 내세웠다.

메이 총리는 전략 서문에서 “조 콕스는 고독이 그 어떤 것과도 차별 없이 찾아온다고 했다. 고독은 아동 비만, 정신건강 문제와 함께 우리 시대 가장 큰 공중보건 과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고독 장관직은 그 이후

고독 장관직은 이후 여러 차례 담당자가 바뀌었다. 트레이시 크라우치에 이어 밈스 데이비스(2018.11~2019.7), 배런스 배런(2019.7~2021.9), 스튜어트 앤드루 순으로 이어졌다. 독립된 장관직이 아니라 기존 장관직의 업무 범위 확장 형태이기 때문에 정권 교체와 내각 개편마다 담당자가 달라졌다.

2024년 7월 노동당이 집권한 이후에는 스테파니 피콕이 고독 정책을 담당해왔으며, 2025년 9월 직제 개편 이후 현재는 ‘스포츠·관광·시민사회·청년 장관’으로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다.

피콕은 2024년 말 조 콕스 재단, 에이지 UK, 고독연구센터 등과 함께 원탁회의를 열고 향후 정책 우선순위를 논의했으며, 2025년 고독 인식 주간 행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법, 예산이 아닌 실행이 만들었다

영국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정책의 시작점이 반드시 법이나 예산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 콕스 위원회는 의회 결의 없이, 정부 예산 없이, 13개 민간단체와 두 명의 초당파 의원이 만든 조직이었다. 그 결과물이 세계를 움직였다.

한국에서 고독·고립 대책이 ‘청년 문제’ 또는 ‘복지 문제’로 인식되는 동안, 영국은 이를 전 연령·전 계층의 공중보건 문제로 정의하고 9개 부처를 동원한 국가 전략을 만들었다.

한국 정부가 ‘외로움 전담 차관’을 논의하는 지금, 영국이 2017년에 이미 걸었던 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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