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빚 돌려막는 동안, 카드사는 '리볼빙 체험해보라' 광고 중
청년들 빚 돌려막는 동안, 카드사는 '리볼빙 체험해보라' 광고 중
  • 김다솜
  • 승인 2026.04.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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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값을 매달 뒤로 미루는 기능. 카드사 앱을 열면 이런 문구가 뜬다. "이번 달 결제할 금액이 부담스러우세요?"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유도 문구다.

청년들의 리볼빙 사용 규모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2025년 청년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리볼빙을 이용 중인 19~34세 청년은 25만 6906명이다. 이들의 월평균 이월 금액은 326만원에 달했다. 리볼빙 이용 청년 5명 중 1명은 500만원 이상을 넘기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의 월평균 카드 소비는 188만원이었다. 리볼빙 이용자들은 자신이 한 달에 쓰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상환하지 못한 채 다음 달로 넘기는 구조에 갇혀 있다.

17%대 금리, 쌓이는 이자

리볼빙은 연체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된 금액에는 고금리 수수료가 붙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금리는 17.3%다. 법정 최고금리(20%)에 근접한 수준이다.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수수료는 더 가파르다. 신한카드 기준 신용점수 900점 초과 회원의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4.12%지만, 700점 이하 고객은 18.53%까지 올라간다. 신용 이력이 짧고 소득 안정성이 부족한 청년층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구조다.

달마다 100만원을 쓰는 사람이 10%만 결제하고 17% 금리로 이월하면, 1년 뒤 미뤄둔 돈은 617만6000원으로 불어난다. 이자만 62만원이다.

광고는 부담 없다고 말한다

카드사들은 이 구조를 '편의 서비스'로 포장해왔다. 앱 결제 화면에 '일부만 결제', '최소결제', '리볼빙 체험해보기' 버튼을 심어두는 방식이다. 이는 2024년 금융감독원이 지적한 문제다. 리볼빙임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소비자가 분할납부 같은 다른 서비스로 오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2025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한 카드사는 사회 초년생 특화 카드 고객에게 "리볼빙 신규 가입 후 유지하면 2만 원 캐시백"이라는 이벤트 메시지를 발송했다. '사회 초년생 저격 카드'를 전면에 내건 마케팅이었다.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카드사는 이벤트를 종료했다.

문제가 반복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리볼빙 유도 설계를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체험'이라는 표현으로 위험성을 희석하고, 몇 번의 터치만으로 신청이 완료되도록 설계된 앱 구조가 문제였다.

온라인 상에서도 리볼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분명하다. 커뮤니티에서 리볼빙을 묻는 글이 올라오면 성별, 나이, 성향과 무관하게 모든 이용자가 말리는 반응이 나온다. '리볼빙은 커뮤니티 대통합의 트리거'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한 소비자는 "카드값이 많이 나왔을 때 앱에서 체험해보라는 안내를 따라 설정을 바꿨는데, 이월 금액에 이자가 붙는 구조를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몇 번의 터치로 가입은 쉬운데, 빠져나오는 과정은 복잡하다는 불만도 반복된다.

54%가 생활비 부족, 배경이 있다

리볼빙 사용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청년층의 생활비 압박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청년 15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생활비가 부족했다고 답한 비율은 54%였다.

자산 형성도 무너지고 있다. 청년희망적금 중도 해지율은 27.8%로 4명 중 1명꼴이다. 청년도약계좌(20.2%), 청년희망키움통장(22.2%) 중도 해지율도 20%를 넘겼다.

연체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현재 대출을 연체 중인 청년 8만4847명 가운데 82%인 7만391명은 90일 이상 장기 연체 상태다. 30일 이상 연체 경험이 있는 청년은 전체의 3.2%로 30만 명을 넘는다. 평균 연체 일수는 156.9일이다.

리볼빙은 연체를 막는 안전장치처럼 팔린다. 하지만 장기 이용으로 빠지면 연체보다 더 깊은 수렁이 된다. 카드사 광고가 말하지 않는 불편한 부분이다.

 

리볼빙 이용 수수료는 연간 기준으로 편의상 1/12로 계산했습니다.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br>
리볼빙 이용 수수료는 연간 기준으로 편의상 1/12로 계산했습니다.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혼삶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