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이야기] "노후 준비요? 당장 이번 달 카드값부터 막아야죠"
[1인가구 이야기] "노후 준비요? 당장 이번 달 카드값부터 막아야죠"
  • 한승훈
  • 승인 2026.04.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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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구조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건 알죠. 근데 솔직히 말하면 '알고만 있는 상태'예요. 실천까지는 잘 안 됩니다"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35세 직장인 김모 씨의 말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며 세후 월급 약 260만원을 받는다. 겉으로는 크게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달 빠듯한 생활이 반복된다.

"고정지출이 생각보다 큽니다. 월세 70만원, 관리비·공과금 15만원, 통신비 10만원, 교통비 10만원 정도 나가요. 여기에 식비까지 합치면 기본적으로 140만~150만원은 그냥 빠져요"


저축하려 해도 못 하는 구조

문제는 예측 가능한 지출보다 예측 불가능한 지출이다. 경조사, 병원비, 갑작스러운 소비가 겹치면 저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 달에 50만원 정도는 저축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하는데, 결국 10만~20만원 남기면 잘한 달이에요. 어떤 달은 아예 못 넣기도 하고요"

이건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2월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3423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7427만원)의 46.1% 수준이다. 1인가구의 53.6%는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다. 소득이 낮은데 고정지출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저축 여력은 구조적으로 좁다.

39세 이하 가구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2.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통계청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이다. 저축보다 빚이 더 많은 청년층의 현실이다.

A씨는 (이미지=AI 생성)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35세 직장인 김씨는 노후 준비가 고민이다. (이미지=AI 생성)

연금은 '자동으로 흘러가는 구조'

김씨에게 노후 준비 수단은 국민연금 하나다. 그나마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직장에 다니면 자동으로 납부되는 구조다.

"국민연금은 그냥 회사 다니니까 빠져나가는 거고요. 개인연금은 예전에 하나 들었다가 해지했어요. 월 20만원씩 넣는 게 부담돼서요. 당장 쓸 돈이 부족한데 몇십 년 뒤를 생각하면서 묶어둔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1월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인구 중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중 7명(71.5%)이다.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노후 준비를 못 하는 이유로는 '준비할 능력이 없어서'가 49.0%로 가장 높았다.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포기가 아니라 미룸

김씨는 스스로를 '노후 준비를 포기한 세대'라고 표현했다.

"부모님 세대는 '집+연금'이 기본이었잖아요. 근데 저희는 집은커녕 전세도 부담이고, 연금은 선택사항처럼 느껴져요. 사실상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느낌이에요."

불안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불안이 크기 때문에 생각을 미루는 쪽을 택한다.

"가끔 뉴스 보면 노후 빈곤 얘기 나오잖아요. 그럴 때마다 불안하긴 한데, 그걸 해결할 방법이 지금 당장 없는 게 더 스트레스예요. 그래서 그냥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국가데이터처 2025년 사회조사에서 본인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57.7%로 절반을 넘었다. 계층 이동에 대한 체념이 노후 준비 포기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현실적인 목표로 눈높이를 낮췄다

김씨는 최근 '짧은 목표' 중심으로 재정 관리를 바꿨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노후 대비' 이런 걸 목표로 잡았는데, 지금은 그냥 1년 안에 500만원 모으기, 비상금 300만원 만들기 이런 식으로 바꿨어요. 그게 훨씬 현실적이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축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특히 1인가구는 버틸 여유가 없어요. 월급이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생활이 무너지니까요. 노후 준비 얘기하려면, 지금 살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주는 게 먼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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