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이 벌써 네 번째예요. 6년 동안 네 번 이사했으니까, 거의 1~2년에 한 번꼴로 옮긴 셈이죠"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28세 프리랜서 박모 씨의 말이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자취를 이어오고 있다. 첫 원룸을 시작으로 고시원, 반지하, 오피스텔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경험했다.
"처음에는 그냥 '좀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이유였어요. 근데 갈수록 선택이 아니라 '버티다가 옮기는' 느낌이 강해졌어요. 계약 끝나면 월세 오르거나, 관리비가 갑자기 올라서요"
이사할수록 돈이 빠져나간다
이사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이다.
"월세 5만원, 10만원 오르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1년으로 보면 60만~120만원이잖아요. 그럼 그냥 이사 알아보게 돼요. 문제는 이사비, 중개수수료까지 합치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00만원 넘게 깨진다는 거예요"
이사를 할수록 돈이 모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빠져나간다.
"짐 옮기고, 가전 새로 사고, 커튼이나 수납 같은 것도 다시 맞춰야 하니까 계속 돈이 들어요. 특히 혼자 사니까 다 내 돈이잖아요. 누가 나눠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체감이 더 커요"
박씨의 경험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 11월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임차 거주 비율은 82.6%에 달한다. 자가점유율은 12.2%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감소했다. 청년 10명 중 8명 이상이 남의 집에 살고 있다.
집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
주거 불안정이 단순히 '집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박씨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집 구조에 따라 생활이 완전히 달라져요. 어떤 집은 부엌이 좁아서 배달만 먹게 되고, 어떤 집은 햇빛이 잘 들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요. 이사할 때마다 루틴이 초기화되는 느낌이에요"
인간관계도 영향을 받는다.
"이사할 때마다 동네가 바뀌니까 자주 가던 가게, 헬스장, 카페 이런 게 다 끊겨요. 다시 적응해야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체인점 위주로 다니게 되더라고요. 어디 가도 비슷하니까"
보증금 악순환
박씨는 보증금 구조 자체가 1인가구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말한다.
"보증금이 많으면 월세를 낮출 수 있는데, 그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아요. 결국 보증금 낮추고 월세 높이는 쪽으로 가게 되는데, 그러면 또 매달 부담이 커지고 계속 악순환이에요"
실제로 수도권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18.4%로 전국 평균(15.8%)을 웃돈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이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으로 꼽은 것은 전세자금 대출(40.6%)이었다.
정착하지 못하는 구조
박씨는 스스로를 '정착하지 못하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부모님 세대는 집을 '사는 곳'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생각했잖아요. 근데 저는 그냥 '머무는 공간' 느낌이에요. 언제든 나가야 할 수 있는 곳"
최근에는 이사 횟수를 줄이기 위해 기준을 바꿨다.
"예전에는 가격이 제일 중요했는데, 이제는 '오래 살 수 있는 집인가'를 먼저 봐요. 관리비 투명한지, 집주인이 자주 바뀌는지 이런 것도 체크하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사를 많이 한다는 건 선택이라기보다 버티기 결과에 가까운 것 같아요. 특히 1인가구는 그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오고요. 집이 바뀌는 게 아니라, 생활이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에요"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공간에 사는 청년 비율은 8.2%로 전체 가구 평균(3.8%)의 두 배를 넘었다. 고시원·비닐하우스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거주하는 청년도 5.3%에 달했다. 흔들리는 건 개인이 아니라,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