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이야기] "이사할 때마다 생활이 리셋되는 느낌이에요"
[1인가구 이야기] "이사할 때마다 생활이 리셋되는 느낌이에요"
  • 한승훈
  • 승인 2026.05.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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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사하는 건 선택이 아니다

"지금 집이 벌써 네 번째예요. 6년 동안 네 번 이사했으니까, 거의 1~2년에 한 번꼴로 옮긴 셈이죠"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28세 프리랜서 박모 씨의 말이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자취를 이어오고 있다. 첫 원룸을 시작으로 고시원, 반지하, 오피스텔까지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경험했다.

"처음에는 그냥 '좀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이유였어요. 근데 갈수록 선택이 아니라 '버티다가 옮기는' 느낌이 강해졌어요. 계약 끝나면 월세 오르거나, 관리비가 갑자기 올라서요"


이사할수록 돈이 빠져나간다

이사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이다.

"월세 5만원, 10만원 오르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1년으로 보면 60만~120만원이잖아요. 그럼 그냥 이사 알아보게 돼요. 문제는 이사비, 중개수수료까지 합치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00만원 넘게 깨진다는 거예요"

이사를 할수록 돈이 모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빠져나간다.

"짐 옮기고, 가전 새로 사고, 커튼이나 수납 같은 것도 다시 맞춰야 하니까 계속 돈이 들어요. 특히 혼자 사니까 다 내 돈이잖아요. 누가 나눠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체감이 더 커요"

박씨의 경험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 11월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임차 거주 비율은 82.6%에 달한다. 자가점유율은 12.2%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감소했다. 청년 10명 중 8명 이상이 남의 집에 살고 있다.

이미지=AI 생성
1인가구가 자주 이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지=AI 생성)

집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

주거 불안정이 단순히 '집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박씨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집 구조에 따라 생활이 완전히 달라져요. 어떤 집은 부엌이 좁아서 배달만 먹게 되고, 어떤 집은 햇빛이 잘 들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요. 이사할 때마다 루틴이 초기화되는 느낌이에요"

인간관계도 영향을 받는다.

"이사할 때마다 동네가 바뀌니까 자주 가던 가게, 헬스장, 카페 이런 게 다 끊겨요. 다시 적응해야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체인점 위주로 다니게 되더라고요. 어디 가도 비슷하니까"


보증금 악순환

박씨는 보증금 구조 자체가 1인가구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말한다.

"보증금이 많으면 월세를 낮출 수 있는데, 그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아요. 결국 보증금 낮추고 월세 높이는 쪽으로 가게 되는데, 그러면 또 매달 부담이 커지고 계속 악순환이에요"

실제로 수도권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18.4%로 전국 평균(15.8%)을 웃돈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이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으로 꼽은 것은 전세자금 대출(40.6%)이었다.


정착하지 못하는 구조

박씨는 스스로를 '정착하지 못하는 세대'라고 표현했다.

"부모님 세대는 집을 '사는 곳'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생각했잖아요. 근데 저는 그냥 '머무는 공간' 느낌이에요. 언제든 나가야 할 수 있는 곳"

최근에는 이사 횟수를 줄이기 위해 기준을 바꿨다.

"예전에는 가격이 제일 중요했는데, 이제는 '오래 살 수 있는 집인가'를 먼저 봐요. 관리비 투명한지, 집주인이 자주 바뀌는지 이런 것도 체크하고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사를 많이 한다는 건 선택이라기보다 버티기 결과에 가까운 것 같아요. 특히 1인가구는 그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오고요. 집이 바뀌는 게 아니라, 생활이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에요"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공간에 사는 청년 비율은 8.2%로 전체 가구 평균(3.8%)의 두 배를 넘었다. 고시원·비닐하우스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거주하는 청년도 5.3%에 달했다. 흔들리는 건 개인이 아니라,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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