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나온 뒤 4년간 사라진 15~29세 일자리 25만5000개 중 25만1000개가 AI가 업무를 대체하기 쉬운 직종들에서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4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에 담긴 수치다.
보고서가 주목하는 건 어떤 일자리가 사라졌느냐다. AI가 대체한 업무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사무직, 이른바 엔트리 레벨이다. 경력 없이 처음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신입 직원이 맡던 자리다. 신입 채용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어떤 업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는지는 앞서 발표된 한은의 다른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청년 고용 감소율을 업종별로 보면 정보서비스업이 23.8% 줄었고 출판업 20.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11.2%, 전문서비스업(법률·회계·경영 컨설팅 등) 8.8% 순이었다.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자료를 분석하는 일부터 먼저 대체됐다. 같은 기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감소했는데 이 중 98.6%인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는 달랐다.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고, 이 중 14만6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같은 AI 노출 업종 안에서 청년은 줄고 50대는 늘었다.
이에 대해 한은 연구팀은 주니어는 정형화된 지식 업무를, 시니어는 업무 맥락 이해와 조직 관리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암묵적 기술이 필요한 업무를 맡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연차일수록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감소율이 높았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전체 근로자 기준으로도 AI 영향은 넓게 미친다. 한은이 2025년 2월 발표한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중 27%는 AI 도입으로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낮은 보완도' 그룹에, 24%는 AI로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AI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 덕분에 AI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다. 보건업, 교육서비스업, 항공운송업 등은 AI 고노출 업종임에도 보완도가 높아 청년 고용이 줄지 않았다.
이런 구조가 청년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 떨어졌다. OECD 회원국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 일본(94.6%)은 물론 OECD 평균(90.6%)도 밑돈다. 같은 기간 여성 청년층은 52.4%에서 77.5%로 25.1%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이 흐름의 원인을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 ▲제조·건설업 쇠퇴, ▲고령층의 고학력 일자리 점유 등 세 가지로 분석했다.
상세하게 보면 1991~1995년생 4년제 이상 학력 남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1961~1970년생 대비 15.7%포인트 하락한 반면 같은 학력의 여성은 10.1%포인트 상승했다.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공급 확률은 2000년 대비 2.6%포인트 낮아졌다. 2004~2025년 고령층(55~64세) 고용률은 12.3%포인트 높아졌는데 상승분의 103.6%가 관리직·전문직·사무직에 집중됐다.
AI는 이러한 상황에 변수라고 볼 수 있다. 경쟁은 이미 심해졌고, 진입 경로는 좁아졌는데, 신입이 맡던 업무마저 AI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AI 기술 확산이나 고령층의 취업자 증가가 청년층 전체 파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청년의 상황도 확인된다.
2003~2025년 25~29세 남성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요인 중 '쉬었음'이 4.8%포인트, '취업 준비'가 4.0%포인트를 차지했다. 구직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대기 상태로 밀려난 청년이 늘었다는 뜻이다.
한은은 정규직 고용 보호의 과도한 경직성 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진,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기술교육 강화를 제언했다. 단기 지원보다 구조 개혁이 먼저라는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