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관련 정책 용어를 잇달아 순화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명칭을 바꾸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정작 필요한 현실 개선 대신 이름 손질에 행정력과 예산을 쓰고 있다는 지적, 그리고 애초에 '낙인'을 만든 주체가 단어 자체가 맞느냐는 반문이 나오고 있다.
'쉬었음'은 2003년 1월부터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써온 공식 분류다. 취업도 구직활동도 학업도 직업훈련도 하지 않고 특별한 사유 없이 쉰 비경제활동인구를 가리킨다.
최근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늘면서 이 표현이 '아무것도 안 하는 무기력한 청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소비된다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1월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서 '쉬었음 청년'을 '준비중 청년'으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미래세대재단도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표현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겠다며 지난달 6일부터 24일까지 새 이름 공모전을 진행했고, 이달 21일 대표 명칭으로 '숨은빛 청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반응의 다수는 명칭 변경 자체를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이름만 돌려 바꾸는 행정"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근본 원인은 일자리 감소와 과열된 채용 경쟁 구조인데, 정부가 이 구조적 문제는 손대지 않은 채 표현만 순화해 문제를 가리려 한다는 비판이다.
예산 사용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공모전 형식으로 새 이름을 뽑는 데 세금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두고 "저런 공모전 하는 세금이 아깝다"는 반응이 커뮤니티마다 되풀이됐다.
정작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 상담 인력이나 지원 예산은 부족하다는 현장 지적과 대비되며, 상대적으로 손쉬운 성과인 명칭 개발에 행정력이 쏠린다는 시각도 있다.
가장 근본적인 반문은 '낙인'을 누가, 왜 만드느냐는 지점에서 나온다. 정부는 '쉬었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청년에게 낙인을 씌운다고 전제하고 명칭 교체에 나섰지만, 정작 '쉬었음'은 2003년부터 20년 넘게 쓰인 무색무취한 통계 용어였다.
이 단어가 조롱거리로 소비된 배경에는 일하지 않는 청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있다는 게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설명이지만, 사실 언론이나 정부에서 유난스럽게 다루지만 않았어도 그런 용어 자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는 것이 대중의 의견이다. 단어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는 말이다.
결국 문제는 무엇을 먼저 손봐야 하는지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단어를 바꿔야 하는지, 시선을 바꿔야 하는지, 아니면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지가 뒤섞인 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손대기 쉬운 '단어'부터 건드리면서, 정작 가장 시급한 일자리·채용 구조 개선은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