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한국' 러닝 인구 1000만, 마라톤 대회 400개…30대 소비 폭증
'달리는 한국' 러닝 인구 1000만, 마라톤 대회 400개…30대 소비 폭증
  • 안지연
  • 승인 2026.05.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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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한강·올림픽공원·남산 산책로의 풍경이 바뀌었다. 형광 러닝화·러닝조끼·페이스 시계를 찬 직장인이 무리 지어 달리고, 마라톤 대회는 접수 시작 10분 만에 마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러닝 인구는 1000만 명대로 추정되고, 마라톤 대회 수는 한 해 400개에 달한다. 한국의 러닝 붐은 단순 운동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관 형성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라톤 대회 신청, 순식간에 마감

마라톤계에서 큰 대회로 불리는 동아마라톤은 올해도 신청이 치열했다. 2026년 3월 15일 열린 서울마라톤(96회 동아마라톤)에는 풀코스 2만명, 10K 2만명 등 총 4만명이 몰렸다. 

대회 자체도 빠르게 늘었다. 한 해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은 약 400개로, 2022년 346개에서 단기간에 급증했다. 11월 예정된 여러 대회는 접수가 10분 남짓 만에 조기 마감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풀코스보다 10K·하프 코스 신청자 증가 폭이 더 크고, 첫 마라톤 도전자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운동 수요가 누적된 흐름 위에 SNS 인증·러닝 크루·운동 콘텐츠 소비가 겹쳐, 러닝 진입 장벽이 한 단계 낮아진 결과다.

대회 신청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2023년 기준 러닝 크루는 전국에 2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네이버 밴드의 '러닝·걷기' 모임은 최근 2년 사이 46% 늘었다.

당근의 러닝 모임은 2024년 1월 대비 2025년 8월 기준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닝이 '혼자 달리는 운동'에서 '같이 달리는 모임'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5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95회 동아마라톤)이 풀코스 2만 명·10K 2만 명 총 4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한 해 마라톤 대회 수가 약 400개로 늘어난 가운데, 2024년 러닝 관련 소비 증가율은 30대 232%·40대 225%로 20대(177%)를 넘어서며 직장인·중년 세대로 러닝 열풍이 확산됐다 (이미지=Flux AI 생성)
러닝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Flux AI 생성)

30대 러닝 소비 폭증

소비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일어난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러닝 관련 소비 금액 증가율은 30대가 232%, 40대가 225%로 20대(177%)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20대가 주도해 시작된 러닝 열풍이 30대 직장인과 40대 중년 세대로 확산된 흐름이다.

2025년에도 같은 패턴이 이어졌다.

러닝 인구 자체에 대한 추정은 갈린다. 업계와 체육회에서는 한국의 러닝 인구를 1000만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약 500만명에서 2배가량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10세 이상 인구의 7.7% 수준인 약 400만명 정도가 정기적으로 달리는 인구라는 평가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한국 러닝 인구는 5년 전 대비 빠르게 늘어났다는 흐름은 일관되게 확인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한강·공원·산책로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가리키는 '런세권'이라는 표현이 광고 카피까지 등장했다. 신축 아파트의 입지 셀링 포인트에 러닝 코스가 들어가는 사례가 1~2년 사이 빠르게 늘었다.

러닝화·기능성 의류·스마트워치·러닝 앱·이어폰·헤드밴드·러닝 백·전해질 음료 같은 라인업이 백화점·이커머스·편의점 진열대에 자리 잡았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패션·아웃도어 기업이 러닝 라인을 별도 카테고리로 신설하는 흐름도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러닝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다. 러닝화·기능성 의류·스마트워치·이어폰을 풀세트로 갖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사례가 흔해졌다. 진입 장벽이 낮은 운동이라는 정체성과는 다른 방향의 소비가 카테고리 안에서 빠르게 굳어지는 중이다.


왜 한국 청년·직장인이 달리는가

러닝 붐의 동력은 간단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먼저 러닝의 인기 원인으로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헬스장·필라테스·골프 같은 운동에 비해 러닝의 진입 비용이 낮다. 운동화 한 켤레와 옷차림만 갖추면 시작할 수 있다. 러닝은 '저비용 고만족'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으로는 사회관계를 맺는 장소가 됐다. 청년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통로가 회사·동호회 외에는 좁다. 러닝 크루는 가벼운 진입과 명확한 공통 활동(달리기)을 제공한다. 회식·취미 동아리·소개팅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일주일에 1~2회 같은 사람을 반복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청년들의  욕구와 맞물린다.

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야외 운동·달리기가 우울·불안 완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누적되면서, '마음 관리' 차원에서 러닝을 시작하는 청년이 늘었다. 청년 우울증 진료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기에, 러닝은 비교적 진입이 쉬운 자기 관리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SNS 인증 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인스타그램·유튜브·러닝 앱이 만드는 시각적 인증 문화는 러닝의 '눈에 보이는 성취'를 매주 재생산한다. 거리·페이스·심박수·코스가 그대로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가 다시 새 러너를 끌어들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