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헌팅포차인가” 민폐 논란에 멍드는 1000만 러닝 열풍 
“달리는 헌팅포차인가” 민폐 논란에 멍드는 1000만 러닝 열풍 
  • 김다솜
  • 승인 2026.05.12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행로 점거·소음 문제로 시민 불평 가중
설문조사서 “러닝크루 비호감” 응답 45% 달해
지자체 런티켓 캠페인…유통가·금융권은 ‘러닝족’ 모시기 사활 

도심 곳곳에서 무리 지어 달리는 ‘러닝크루’가 급증하며 1000만 러닝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보행로 점거와 소음 등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도 폭발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와 금융권은 러닝 시장 선점을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으며 ‘러닝 경제’를 키우고 있는 와중에 정작 현장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으로 인해 ‘민폐’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최근 러닝크루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십 명의 인원이 좁은 보행로나 공원 산책로를 한꺼번에 점령해 마주 오는 시민들이 길을 비켜야 하거나 고성방가와 스피커 음악 소리로 주변에 소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운동보다는 이성 교제나 친목 도모에 치중하는 일부 모임을 겨냥해 “달리는 헌팅포차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날 선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실제 여론으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닝크루에 대한 비호감도는 44.9%로 호감도(33.9%)를 크게 웃돌았다. 

비호감의 이유로는 ‘무리 지어 뛰어 보행다 통행에 불편을 주고 위협감을 조성한다’(68.2%), ‘공공장소 이용을 방해한다’(59.9%) 등이 꼽혔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산업은 커지는데 문화는 제자리
지자체는 ‘런티켓’ 호소 

러닝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차가워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장의 규모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스포츠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48%까지 급증했으며 은행권에서는 달린 거리에 따라 최고 연 7.2%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상품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은 러너들의 편의를 위해 샤워 시설과 물품 보관함을 갖춘 특화 매장을 늘리는 등 러닝을 하나의 거대한 소비 권역으로 보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팽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뒤처진 문화가 산업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직접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야간 명소를 함께 달리는 ‘7979 서울 러닝크루’ 프로그램을 통해 저속·저소음 러닝과 한 줄 달리기 등을 강조하는 ‘런티켓(러닝+에티켓)’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개인의 운동할 자유와 공공 공간 이용의 질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발적인 문화 형성이 절실하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러닝 열풍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안전과 배려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야외 러닝은 실내 러닝머신보다 칼로리 소모가 약 5% 더 많고 비타민D 합성에 유리하는 등 건강상 이점이 크다. 그러나 딱딱한 아스팔트 지면을 달릴 경우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 기능성 러닝화 착용과 충분한 준비 운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공공장소에서의 배려 역시 안전의 일부다. 트렌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0.6%가 ‘러닝크루 활동은 공공 공간을 이용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65.2%는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제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