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현대차·삼성·LG, '피지컬 AI' 목표 시점 '2030년'…그해 무슨 일이 벌어지나
[인사이트] 현대차·삼성·LG, '피지컬 AI' 목표 시점 '2030년'…그해 무슨 일이 벌어지나
  • 정단비
  • 승인 2026.05.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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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스스로를 더 이상 완성차 기업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건 이름은 '피지컬 AI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전 제조라인을 AI 자율공장으로 바꾸겠다 했고, LG전자는 올해를 로봇 사업 원년으로 못 박았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점은 모두 2030년으로 목표 시점이 같다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자동화와 다르다. 사람이 짜놓은 동작을 반복 수행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현실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인지·판단·행동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말하는 지능'이었다면 피지컬 AI는 '움직이는 지능'이다.

현대차, 아틀라스에 160조를 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만 총 125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50조5000억원을 자율주행·로보틱스·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 배분한다. 미국에도 2025년부터 2028년까지 260억달러를 별도로 투입한다.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40년간 쌓인 누적 투자액 205억달러를 단 4년 만에 넘어서는 규모다.

전면에 내세운 것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2028년부터 미국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우선 투입하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는 단계적 로드맵이다.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공식화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실제 공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하고 검증하는 시설로, 이곳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다시 로봇 고도화에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다.

로봇 파운드리 사업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나 보던 위탁 생산 구조를 로봇에 접목해, 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중소기업 로봇까지 대신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 로봇을 통해 2030년 수출량 13%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주요 기업들이 로봇 상용화 시기를 203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GettyImages
주요 기업들이 로봇 상용화 시기를 2030년으로 제시하면서 본격화 되고 있다. ⓒGettyImages

삼성, '소프트웨어부터' 전략으로 내실 다지기

삼성전자의 접근법은 다르다. 아직 실물 휴머노이드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2030년까지 전 세계 주요 생산 거점을 'AI 자율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외형보다 두뇌부터 챙기는 전략이다.

공개된 로봇 제어 AI '섈로 파이(Shallow·π)'는 연산 단계를 3분의 1로 줄이고 오차 1㎜ 수준의 정밀도를 구현했다. 22자유도의 양팔과 로봇 손 46개 움직임을 40밀리세컨드 만에 조작하는 성능도 입증했다.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연산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으로, 실시간 현장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공장 투입 로봇 유형도 구체적으로 설계됐다. 설비를 관리하는 '오퍼레이팅봇', 자재를 나르는 '물류봇', 정밀 부품을 조립하는 '조립봇', 위험 환경을 점검하는 '환경안전봇'으로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현장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하드웨어 기반도 갖췄다. 최근에는 미래로봇추진단 산하에 '핸드랩(Hand Lab)'을 신설하고 인간의 손 구조를 모방한 힘줄 방식 메커니즘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4월 30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인 오준호 미래로봇추진단장을 중심으로 선도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공식화했다. 로봇 주요 부품 내재화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LG, 가전 DNA로 로봇 부품 시장 진입

LG전자는 가전업체라는 틀 자체를 바꾸려 한다. 최근 류재철 CEO는 로봇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직접 설계·생산해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B2B 사업을 공식화했다. 2030년까지 산업용 고토크 세그먼트로 확장해 글로벌 토털 액추에이터 솔루션 제공업체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이미 궤도에 올랐다. 수주 잔고는 사업 출범 2년 만인 지난해 연말 기준 5000억원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조 단위 수주를 목표로 내세웠다. 자회사 로보스타의 LG전자 대상 매출은 2024년 81억원에서 지난해 237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그룹 차원의 움직임도 빠르다. LG AI연구원은 기존 비전랩을 '피지컬인텔리전스랩'으로 확대 개편하고 로봇 행동 모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LG CNS는 미국 스킬드 AI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산업용 휴머노이드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구광모 LG 회장이 직접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협력 내용을 점검한 것도 그룹 차원의 의지를 보여준다.

왜 모두 '2030년'을 가리키는가

이토록 많은 기업이 동시에 같은 시기에 집중하는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30년부터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을 돌릴 사람이 줄어드는 시점과 로봇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기술적 성숙 시점이 맞물린다.

시장 전망도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피지컬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억4000만달러에서 2030년 230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성장한다.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을 1년 전 대비 6배 상향해 2035년 글로벌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로 제시했다.

더불어 이에 따르는 비용 하락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대당 3만5000달러 수준인 휴머노이드 제조원가가 5년 내 1만3000~1만70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중국 유니트리는 이미 5900달러짜리 모델을 내놨다. 비용이 떨어질수록 도입 속도는 빨라진다.

한편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건 아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2026 임단협에서 AI·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시 노조 사전 협의와 총고용 보장을 공식 요구안에 담았다. 로봇 도입으로 근무시간이 줄면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현대차 노조는 완전 월급제 전환도 맞불 요구안으로 내놨다. 

한국기계연구원은 2030년까지를 기술·시장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으로 규정했다. 핵심부품 국산화와 AI 기술 흡수를 통해 노동력 감소를 로봇 경제로 극복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2030년 피지컬 AI 세계 1위 달성을 전한 바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2025년 세계 로봇공학’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보유 대수는 1220대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의 약 7배다.

2030년에 기업들이 목표한 바를 이룬다면, 로봇이 공장 동료가 되는 시기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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