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없는 노후, 금융으로 메울까…고령 1인가구 ‘금융 안전망’ 시급 
가족 없는 노후, 금융으로 메울까…고령 1인가구 ‘금융 안전망’ 시급 
  • 김다솜
  • 승인 2026.05.18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52년 5가구 중 1가구는 ‘홀몸 노인’...다인가구 대비 우울증 2배 높아
미국·일본 등 해외선 ‘법인수탁자’·’사후 사무’ 등 전문 서비스 활발
“한국도 일상적 금융 공백 해소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 및 인식 변화 필요” 

국내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홀로 생활하는 고령 1인가구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과 기대수명 연장 등으로 인해 이같은 추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고령 1인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경제적·정서적 취약성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가족 내 보완 장치가 없어 금융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고령 1인가구를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고령자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4%이며 2052년에는 21.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2024년 전체 1인가구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7.4%로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연구소

문제는 고령 1인가구가 겪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고령 1인가구는 주거비나 관리비 등 고정 지출을 단독으로 부담해야 하므로 다인가구 대비 생활비 부담이 크다. 

실제 노인 독거 가구의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은 67.4%로, 노인 부부가구(55.2%)보다 월등히 높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일상적 정서 지지 체계가 부족해 우울증상 유병률이 16.1%에 달하며, 이는 다인가구(7.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가족의 부재가 금융 사각지대로
해외에선 금융 서비스로 공백 보완 

고령 1인가구는 금융사기 등 외부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다인가구는 가족 구성원 간 상호 점검이 가능하지만, 1인가구는 의사결정을 보완할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인지 기능 저하 등에 대비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역시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이같은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는 돌봄 공백뿐 아니라 복지 및 금융 서비스 접근성 저하로 이어져 고령 1인가구를 복합적인 취약성에 내몰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가족의 부재에 따른 자산관리 공백 보완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일상적인 금융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 인력인 ‘데일리 머니 매니저(DMM)’를 통해 공과금 납부나 계좌 점검 등을 지원한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 피델리티 등 주요 금융사는 ‘법인 수탁자’ 서비스를 통해 위탁자의 판단 능력이 저하되더라도 법원 개입 없이 자산 관리가 자동으로 전환되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내트웨스트(NatWest)는 신뢰하는 대리인에게 일상적 거래 권한을 위임하는 ‘제3자 위임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은 사전에 약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고액 인출 시 동의권자의 승인을 거치게 해 금융사기를 차단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사후 사무를 포괄하는 ‘오히토리사마 신탁’을 통해 장례나 잔여 재산 상속 등 비금전적 업무까지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도 유언대용신탁, 치매안심신탁 등 고령층을 위한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일상적인 금융 공백까지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신탁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복잡한 후견인 지정 절차, 전문직 제3자 대리인 지정 관련 제도적 제약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령 1인가구가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인식 개선을 통해 대중적인 신탁이 대중적인 금융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