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법·제도는 여전히 혈연과 혼인 중심의 가족 정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고령 1인가구가 겪는 의료·행정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정돌봄관계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1%로 1년 새 0.6%p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가구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래 해마다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는 향후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52년에는 1인가구 비중이 41.3%까지 오르고, 그 중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41.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연령별로는 이미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1인가구의 37.4%를 차지하고 있으며, 70세 이상이 1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배우자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인한 중고령 1인가구의 급증은 이들이 질병이나 사고 등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가 꼽은 생활상 어려움 중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서 대처'는 2020년 30.9%에서 2023년 37.6%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외로움'은 같은 기간 18.3%에서 23.3%로 나란히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서는 1인가구의 절반(48.9%)이 '외롭다'고 답했으며, 전체 가구(38.2%)보다 외롭다는 응답이 10.7%p 많았다. 고독사는 2024년 3924명으로 전년(3661명)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동의부터 신상 보호까지...'지정돌봄인'의 3대 핵심 권한
현재의 의료 및 복지 체계는 보호자의 범위를 민법상 가족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비혈연 지인이 있더라도, 응급 상황에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거나 입·퇴원 수속을 돕는 데 법적 제약이 따른다. 실종 신고나 신상 보호와 같은 행정 절차에서도 비혈연 관계는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특히 이 문제는 60대 이상 고령층, 이혼·별거 상태인 경우에 더 두드러진다. 가족실태조사에서 '걱정거리를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1인가구의 24.6%였지만, 60세 이상에서는 30% 이상, 이혼·별거 상태에서는 38.6%에 달했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은 74.2%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미래연구원은 '지정돌봄관계등록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개인이 미리 지정한 돌봄 수행자에게 특정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 지방자치단체 또는 법원 등 공적 등록기관에 돌봄관계인을 지정하고, 공증·행정등록을 통해 효력이 발생하는 구조다.
제도 도입 시 지정인은 법적 가족이 아니더라도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핵심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치료 선택 및 동의권'의 확보이다. 이는 응급 상황에서의 의료 결정뿐 아니라 입·퇴원 수속과 같은 실무적인 보호자 역할을 포함한다. 두 번째는 '신상 보호권'으로, 지정인이 실종 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긴급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공식적인 법적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후속 케어를 논의하기 위한 '정보 접근권'이 부여된다. 다만 재산관리권·상속권 등은 제도 범위에서 제외된다. 권한 남용을 차단하고, 가족과의 법적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법적 남'이라서 놓치는 골든타임...제도 진입 문턱 낮춰야
이는 그동안 혼인·혈연 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응급의료나 행정 절차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1인가구의 '제도 진입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조치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의식을 잃은 1인가구 환자를 가장 잘 아는 동거인이나 친구가 수술 동의 절차에서 '법적 남'으로 취급받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 단순히 곁을 지키는 존재를 넘어, 법적 권한을 가진 보호자로서 실질적인 조력을 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기존 제도가 이 공백을 채우지 못했던 이유도 명확하다. 성년후견제도는 판단 능력 상실 이후에만 개시되는 구조여서,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다수의 고령 1인가구는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니며, 절차도 복잡하다. 가정법원에 후견 개시를 신청하고 의사 감정과 법원 심리를 거쳐야 한다.
생활동반자제도는 동성혼 합법화와의 혼동 논란으로 인해 국회 발의가 되더라도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정돌봄관계등록제는 이 두 제도의 사각지대를 채우는 현실적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다.
제도 설계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쌍방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정이 가능하고, 복수 지정도 허용된다. A가 B를 지정하더라도 B는 C를 지정할 수 있는 비배타적 구조다. 지정 내용은 언제든지 철회·변경·갱신할 수 있다. 등록은 행정기관에 접수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결국 이 제도는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1인가구가 스스로 돌봄 주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 선택지를 넓히는 장치다. 혈연 중심의 낡은 가족법이 포착하지 못하는 '느슨한 연대'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함으로써, 1인가구의 실질적인 생존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