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시장의 철옹성 같았던 '소맥(소주·맥주)' 과점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전체 주류 소비량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하이볼 트렌드를 등에 업은 대안 주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국세청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전체 주류 출고금액은 전년 대비 0.1% 감소하며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경기 둔화와 회식 문화 변화 등으로 주류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세부 주종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맥주와 희석식 소주의 출고량은 전년 대비 각각 2.8%, 1.8% 감소하며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가성비를 앞세워 서민의 대중주 역할을 해온 두 주종이 소비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주류 제조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해 원료의 상당수(수입산 사용량 7만7965톤)를 국내산보다 저렴한 수입 원료(67.1%)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고환율과 국제 원자자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유통 가격이 상승한 점도 가격 저항선을 키웠다.
소맥이 밀려난 자리는 하이볼의 베이스가 되는 주종들이 빠르게 채워 나갔다.
위스키를 포함한 일반증류주의 출고량은 113.2% 늘었으며, 출고금액은 98.0% 급증해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캔 하이볼(RTD) 제품이 대거 포함된 리큐르 역시 출고량 43.8%, 출고금액 66.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 같은 데이터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에서 '맛과 취향을 즐기는 술'로 소비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단체 모임 중심의 유흥 채널이 축소되고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가정 채널 중심의 홈술·혼술 문화가 정착하면서, 대량 소비되던 소주·맥주 대신 소비자가 직접 조합해 마실 수 있는 믹솔로지(Mixology) 주종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다.
한편 맥주와 희석식 소주는 여전히 전체 시장의 8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성장 동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주류 시장의 판도가 공급자 중심의 대량 생산 대중주에서 소비자 취향 중심의 대안 주종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주류 대기업들 또한 하이볼 라인업을 강화하고 무알코올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생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