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격은 전세에 단기 영향, 전세가격은 매매에 중장기 영향
국토연구원 “기업형 장기임대 전환·전세대출 관리 병행해야”
수도권과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가운데 월세가격도 전국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주택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세와 매매가격이 시차를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계약갱신요구권 사용률과 전세가격 변동률도 밀접하게 연동되면서 임대차시장 안정 대책 역시 공급·금융·제도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주택임대차시장 구조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전세가격은 2023년 조정 이후 수도권·서울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면서 권역 간 가격 흐름의 차별화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면 월세가격은 지역 구분 없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주택공급 부족, 전세의 월세화,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증가, 전세자금대출과 반환보증 제도 변화, 전세사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은 월세와 전세가 공존하는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어,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금융시장·보증제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특성이 있다.
전세·매매 가격, 시차 두고 ‘쌍방향 영향’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1~3개월의 단기 시차에서 나타났다. 매매가격이 오르면 주택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임대차시장으로 수요가 유입되면서 전세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만 최근에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이후 충격반응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는데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반대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3~9개월의 중장기 시차에서 나타났다. 전세가격 충격에 대한 매매가격 반응은 2000년대 이후 양의 방향으로 전환됐고,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2015~2019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에도 최근까지 1%p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4개월 누적 기준으로 보면 매매가격 1%p 상승 충격에 대한 전세가격 반응은 2010~2014년 7.28%p로 가장 컸다. 이후 약화됐지만 2020~2024년 4.09%p, 2025~2026년 2.99%p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세가격 1%p 상승 충격에 대한 매매가격 반응은 2015~2019년 1.24%p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0~2024년 1.05%p, 20205~2026년 0.98%p로 나타났다.
임대차2법 도입 이후 신규 전세가격과 갱신 전세가격 간 격차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2020년 7월 임대차2법 도입 이후 신규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갱신 전세가격과의 차이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신규 전세가격이 갱신 전세가격을 웃돌면서 시장에서 신규 계약보다 갱신계약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갱신계약요구권 사용률과 전세가격 변동률도 높은 연동성을 보인다. 상관계수는 전국 0.97, 수도권 0.98, 서울 0.93, 지방 0.87 등이었다. 전세가격 하락기에는 임차인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보다 신규 계약으로 이동하며 사용률이 30% 내외까지 낮아졌고, 상승 전환하면 갱신권 사용률도 함께 오르는 구조가 확인됐다.
단 권역별로 차이는 있다. 전국과 수도권에서는 전세가격과 갱신율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 관계가 확인됐다. 지방은 단기 연동성이 약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균형을 회복하는 구조가 유지됐다. 서울은 단기적으로 양방향 관계가 나타났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갱신율이 뒤따르는 비대칭적 조정 구조가 드러났다.
매물 흐름은 시장별로 갈렸다. 전세매물은 임대차3법 시행 이후 갱신 선호 확대로 감소하다가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금리 상승, 전세사기, 갱신매물 출회 등으로 누적됐다. 당시 전세매물은 수도권 약 14만건, 지방 약 8만건 수준까지 늘었다. 이후 월세·반전세 전환과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감소세가 장기화됐다.
월세 매물은 2022년 금리 상승기 이후 전세 수요의 월세 전환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매매매물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도권은 약 10만건에서 30만건, 지방은 약 15만건에서 40만건 이상으로 확대됐다.
보고서는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 공급구조 재편과 전세 유동성의 단계적 축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개인 중심의 임대공급 구조를 줄이고 공공성 요건을 전제로 기업형 장기임대 중심의 공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임대주택은 매입·전세임대 등 공급방식을 다변화하고, 전세자금대출 보증 축소와 DSR 적용의 단계적 확대를 통해 전세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유입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