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구 중 하나가 1인가구인 시대다. 2024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의 36.1%를 차지한다. 숫자로는 하나의 집단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다. 취업으로 처음 독립한 20대, 이혼 후 혼자가 된 50대, 배우자를 잃은 70대. 혼자 사는 이유도, 겪는 어려움도, 행복의 조건도 제각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지난해 12월 1인가구 중가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1인가구를 7개 유형으로 나눠 삶의 만족도를 비교 분석했다.
1인가구를 청년 미혼 여성·남성, 중년 이혼 여성·남성, 노년 사별 여성·남성, 기러기형 중년층으로 나눠보니 유형마다 경제력도, 고립의 형태도, 행복 수준도 달랐다.
청년: 관계는 있지만 주거가 문제
청년 미혼 여성과 남성은 7개 유형 중 사회적 관계망이 가장 양호한 집단이다. 소득도 1인가구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행복과 만족도 비교에서도 다른 유형에 비해 고른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주거 현실은 달랐다. 34세 이하 청년층 1인가구 비중은 68.3%로 전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가파르다. 이들의 62.3%가 49.6㎡ 미만 소형 주택에 산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은 6.7%로 전체 평균(2.9%)의 두 배를 넘는다. 29세 이하 청년의 70.5%가 주택 안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청년 1인가구에게 일자리 연계 주택, 기숙사형 청년주택, 전세 대출 등 주거비 부담 완화책이 우선이라고 봤다. 여가문화 프로그램과 외로움 예방을 위한 자립 지원도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년 이혼 남성: 가장 고립된 집단
중년 이혼 남성은 7개 유형 중 전반적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21.1%로 모든 유형 중 가장 높았다. 사회적 관계망이 가장 취약하다는 의미다.
50대 1인가구의 주된 발생 원인은 이혼(30.0%)이다. 중년 이혼 남성은 소득은 1인가구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대인관계와 공동체 소속감 만족도가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돈다. 돈은 있어도 연결이 끊긴 상태다.
중년 이혼 여성은 결이 다르다. 안전감 만족도가 7개 유형 중 가장 낮았다. 여성 1인가구가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서 대처'(38.5%)인 것과 맞닿아 있다. 남성은 균형 잡힌 식사(53.0%)를 가장 어려워하는 것과 대비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중장년층에게 공유주택, 커뮤니티 재연결 프로그램, 안심 앱을 제안했다. 고립 위험이 높은 이혼·별거 상태 남성을 위한 정서 지원이 특히 시급하다고 봤다.
노년 사별 남: 말할 곳이 없다
노년 사별 남성은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14.9%로 7개 유형 중 가장 높았다. 경제적으로도 취약하다. 소득은 1인가구 평균보다 낮은 편이고, 건강 만족도도 낮다. 사회적 고립과 빈곤이 동시에 짓누르는 구조다.
노년 사별 여성은 경제적 상황이 7개 유형 중 가장 열악하다. 60세 이상 1인가구의 73%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약 6년 길어 사별 이후 혼자 사는 기간도 길다. 70대 이상 1인가구 중 여성 비중은 73.3%에 달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고령층에게 고령친화 주택, 응급상황인식시스템, 심리 지원을 제안했다. 무장애 설계와 AI 기반 스마트홈 등 기술 접목도 함께 거론됐다.
"혼자여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제도 전환 시급
1인가구가 800만을 넘었지만 현행 복지 제도는 여전히 혼인·혈연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응급상황에서 치료 동의권을 행사할 보호자가 없거나, 수술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정돌봄관계등록제' 도입이 제안됐다.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친구, 이웃 등 신뢰하는 지인을 돌봄관계인으로 지정해 응급 치료 동의권, 신상 보호 요청권, 개인정보 접근 권한 등 제한적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생활동반자제도처럼 재산권이나 상속권을 포함하지 않아 정치적 논란 없이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국회 연구진은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가족 단위 복지'에서 '개인 단위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가구가 2052년 전체의 41.3%에 달할 전망인 만큼, 지금의 제도 설계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이유가 다르면 필요한 것도 다르다. 800만 1인가구를 하나의 숫자로 뭉뚱그리는 정책으로는 어느 유형도 제대로 돕기 어렵다는 주장이 더욱 와닿는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