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는 부부지만 실제 생활은 각자 따로 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이른바 ‘졸혼’으로 불리는 형태다. 결혼 관계는 유지하되 동거를 해체하고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혼과 동거의 중간지대에 있는 새로운 가족 형태로 해석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황혼이혼은 1만3743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실제로는 이혼 대신 ‘따로 살기’를 선택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졸혼 형태가 공식 통계에는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제5차 가족실태조사’는 가족 형태 변화와 부부 관계, 가족 인식 등을 폭넓게 조사했지만, 졸혼 자체를 별도 항목으로 집계하지는 않고 있다. 법적 혼인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행정상으로는 일반 부부와 동일하게 분류되기 때문이다.
졸혼이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자녀 독립 이후 찾아오는 생활 구조 변화다. 자녀 양육 중심으로 유지되던 부부 관계가 끝난 뒤 각자의 삶을 다시 설계하려는 수요가 커진다는 것이다.
또 은퇴 이후의 생활 충돌이다. 장기간 직장 생활로 분리돼 있던 생활 패턴이 은퇴 후 갑자기 겹치면서 갈등이 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황혼이혼의 경제적 부담이 있는 경우, 재산 분할이나 연금 문제, 자녀 관계 변화 등을 감안해 법적 이혼 대신 ‘생활 분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졸혼 가구는 법적으로는 부부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상속권, 세제 혜택 등 기존 배우자 권리가 유지된다. 반면 실제 생활은 사실상 1인가구에 가깝다. 별도 주거 공간을 유지하면서 월세·관리비·생활비 등을 각각 부담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거주 방식도 다양하다. 한 명은 기존 집에 남고 다른 한 명이 별도 공간을 얻는 경우가 많고, 같은 지역 안에서 따로 거주하는 사례도 있다. 은퇴 후 지방이나 해외로 이동해 장거리 형태로 생활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같은 형태는 정책·금융·복지 체계에서도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행정상으로는 부부이지만 실제 생활 단위는 사실상 독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나 돌봄 체계에서도 법적 보호자와 실제 생활 지원 주체가 달라지는 사례가 발생한다.
현재 국내 정책 체계는 여전히 ‘부부 가구’와 ‘1인가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가족 형태 변화가 빨라지면서 졸혼처럼 기존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생활 형태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족 정책에서도 ‘법적 혼인 여부’뿐 아니라 실제 생활 단위를 함께 반영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같은 50대 이상 세대 안에서도 황혼이혼, 비혼, 사별, 졸혼 등 1인가구가 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졸혼은 단순한 부부 갈등의 결과라기보다, 고령화·기대수명 증가·개인화가 동시에 만들어낸 새로운 생활 방식에 가깝다. 법적으로는 가족이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 회색지대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이해하고 제도 안에 담아낼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