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⑤ 부모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다…가족부양 71%→18%, 달라진 한국의 노후
'가정의 달' 기획⑤ 부모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다…가족부양 71%→18%, 달라진 한국의 노후
  • 김영호
  • 승인 2026.05.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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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이 부모, 자녀 모두 변화하고 있다. (이미지=AI생성)
가족 부양에 대한 인식이 부모, 자녀 모두 변화하고 있다. (이미지=AI생성)

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 부양이 당연한 문화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노후는 스스로 준비한다’는 인식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특히 5060 신중년 세대를 중심으로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노후를 설계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4년 전국 13세 이상 국민 가운데 노인 부양의 책임에 대해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8.2%였다. 2014년 31.7%보다 13.5%포인트 줄었고,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2년 71.7%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정부와 사회가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응답은 65.3%로 가장 높았다. 2002년 18.5%, 2014년 51.7%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노인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도 16.4%로 나타났다. 약 20여 년 사이 노인 부양에 대한 인식 구조 자체가 달라진 셈이다.


“내 노후는 내가”…5060 신중년의 변화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5060 신중년 세대가 있다. 과거 부모 세대처럼 자녀 부양을 당연하게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5060 세대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제도를 경험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은 컸지만, 동시에 “노후는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형성됐다. 실제 금융권과 연구기관의 시니어 조사에서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응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생활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현재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비중은 72.1%로 집계됐다. 2년 전보다 3.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자녀와 분리 거주하는 이유로는 ‘본인 또는 배우자의 독립생활이 가능해서’라는 응답이 34.6%로 가장 많았고, ‘따로 사는 것이 편해서’가 34.0%로 뒤를 이었다. ‘자녀에게 부담이 될까봐’라는 응답도 18.1%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관계는 유지하되 생활은 분리하는 형태가 새로운 노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 5명 중 4명 “생활비는 스스로 마련”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자립 흐름은 뚜렷하다.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배우자 부담’이 79.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자녀 또는 친척 지원에 의존한다는 응답은 10.3%에 그쳤다. 고령층 5명 중 4명은 사실상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부모 부양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전적으로 자녀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비율은 20.63%에 그쳤다. 반면 반대 의견은 47.59%로 찬성 응답의 두 배를 넘었다. 중립 응답은 31.78%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3.15%에 불과했고, ‘반대한다’(39.47%)와 ‘매우 반대한다’(8.12%)를 합친 비율은 절반 수준에 가까웠다. 조사는 전국 73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자의 인식을 5점 척도로 조사한 뒤 재분류해 분석했다.


노년 자립이 고립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들은 가족 부양 약화 흐름이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청년 세대의 경제 부담 확대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 안전망이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노인 1인가구 증가와 고독사 위험 확대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결국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 노후’가 안정적인 자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득·돌봄·의료를 포함한 공적 인프라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 부양 문화는 빠르게 약해지고 있지만, 그 빈자리를 사회 시스템이 충분히 채우지 못할 경우 자립이 곧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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