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누적 4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인정된 누적 피해자는 2026년 5월 기준 3만8503건으로 집계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피해주택 매입 물량도 누적 8357가구까지 늘었다.
피해는 청년층에 집중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만335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7082명으로 뒤를 이었다. 20~30대 피해자는 총 2만442명으로 전체의 약 74.7%를 차지했다. 사실상 전세사기 피해 4명 중 3명이 청년층인 셈이다.
이는 청년 1인가구가 현재 한국 임차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해 다세대주택·오피스텔·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계약 경험과 정보 접근성이 낮아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피해 보증금 규모도 상당하다. 누적 피해 보증금은 약 4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단순 평균으로 환산하면 피해자 1인당 약 1억2000만원 규모다. 이는 수도권 청년 1인가구의 전세보증금 수준과도 맞물린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사실상 전 재산에 가까운 금액인 만큼, 전세사기는 단순 주거 분쟁을 넘어 자산 형성 과정 자체를 흔드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피해 주거 유형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아파트보다 다세대주택·오피스텔·다가구주택 등에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진입 비용이 낮은 비아파트 시장에 청년층 수요가 몰린 결과다.
반면 해당 시장은 시세 확인이 어렵고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와 LH의 대응도 확대되고 있다. 특별법 개정 이후 LH의 피해주택 매입 사업이 본격화됐고, 피해자 우선매수권 부여와 매입 후 공공임대 전환 등의 지원책도 도입됐다. 피해자 인정 절차 역시 이전보다 간소화됐으며, 최소 보장 장치 마련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인정 이후 실제 보증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많고, 상당수 피해자는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은 피해 회복 과정에서도 월세·생활비·학자금 상환 등을 동시에 감당해야 해 부담이 더욱 크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세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임대인의 세금 체납, 근저당, 다주택 보유 여부 등을 계약 단계에서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청년 전세임대와 공공임대 공급 확대를 통해 청년 1인가구의 민간 전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 1인가구에게 전세보증금은 단순한 주거 비용이 아니라 미래 자산의 출발점에 가깝다. 전세사기는 단순 임대차 분쟁을 넘어 청년층의 자산 형성, 독립, 결혼, 생애 계획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