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전세의 월세화를 두고 "선호하는 수요층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발언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진단한 말이지만, 현실도 과연 그럴까.
김이탁 차관은 지난 17일 KTV 생방송에 출연해 심화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 "월세를 선호하는 의견과 수요층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1인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약 35%까지 늘어난 점을 들며, 목돈 부담이 크고 거주 기간이 짧은 1인가구에게 월세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안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요인으로 꼽았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가구는 804만5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다. 국민 세 집 가운데 하나 이상이 혼자 사는 가구다.
이들의 주택 소유율은 32.0%로, 전체 가구 평균(56.9%)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68%는 전세나 월세 등 임차 형태로 살아간다.
임차 시장 내 월세 이동은 가파르다.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은 1995년 32.8%에서 2020년 60.1%까지 상승했고, 2015년부터는 월세 비중이 전세를 앞질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0.2%까지 올랐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1~11월 3.29%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1인가구 보고서'(서울·경기 및 대도시 25~59세 2000명 대상)를 보면, 1인가구의 월세 거주율은 45.1%로 2022년(36.2%)과 비교해 8.9%포인트 뛰었다. 2년 만에 10명 중 거의 5명이 월세 세입자가 된 셈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서울 원룸(오피스텔 포함) 평균 월세는 73만원을 넘어섰다.
청년 취업자 평균 세전 월급(266만원) 대비 주거비 비율은 약 27.4%로, OECD 권고 기준을 웃돈다. 1인가구 소득이 전체 가구의 46.1%(연 3423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월세 부담은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현재 소득 대비 17.4%에서 21.2%로 뛴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거 만족도도 점유 형태에 따라 갈린다. '한국의 사회동향 2025' 조사에서 주거환경 만족도는 전세 3.04점, 보증금 있는 월세 2.97점, 보증금 없는 월세 2.83점 순이었다. 주택 자체에 대한 만족도 역시 월세일수록 낮았다. 거주 면적도 차이가 크다. 2024년 기준 자가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이 81.3㎡인 반면, 보증금 없는 월세 가구는 25.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 비중이 급증했음에도 주거 정책은 여전히 다인가구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한다.
소득 기준과 가구 구성 요건에 막혀 청년·중장년 1인가구 상당수가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정책이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지만, 평균 월세 73만원에 비하면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김 차관의 발언처럼 월세를 선택하는 1인가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선택'이 자발적 선호인지, 보증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거나 전세 사기가 두려워 내린 차선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