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안내·실시간 통번역·정보 검색 등 AI 경험 확장
삼성전자와 구글이 안경형 AI 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음성 명령만으로 AI를 호출하고 사용자가 보고 듣는 상황을 기기가 인식해 답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26’에서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기반 AI 글라스 2종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개발에 참여하고, 구글이 안드로이드 XR과 제미나이 등 소프트웨어·AI 서비스를 결합했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가 각각 디자인 협업에 참여했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일반 안경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됐다. 안경테에는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됐다. 사용자는 음성으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호출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듣거나 눈앞의 메뉴판과 표지판을 카메라로 인식해 음성 안내를 받는 기능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AI 글라스를 갤럭시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을 보조하는 컴패니언 기기로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안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갤럭시 탭 등 다른 기기로 전송하는 식의 갤럭시 생태계 연동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현장에서 시연한 사용 사례도 이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사용자가 책장 앞에서 요리책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면 AI 글라스가 눈앞의 책을 인식해 적합한 책을 안내한다. 요리법을 보며 필요한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달라고 요청하면, 스마트폰의 쇼핑 기능과 연동해 목록을 정리한다.
콘서트 포스터를 보고 관련 음악을 재생해 달라고 말하면 스마트폰 앱이 작동해 음악을 틀어주는 사례도 소개됐다.
화면보다 착용감 택한 AI 글라스
이번 제품은 카메라와 마이크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피커로 답변을 들려주는 오디오 기반 사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안경알에 정보를 띄우는 디스플레이형 글라스보다 무게와 착용감을 낮추는 방향이다.
현재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는 화면을 없앤 제품과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 함께 나오고 있다. 메타의 주력 제품인 레이밴 메타 AI 글라스는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를 활용하는 화면 없는 스마트글라스다.
다만 메타는 별도로 안경 안에 정보를 표시하는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도 선보이며 고기능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9월 공개됐으며 안경과 손목밴드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조작성을 높였다.
엑스리얼(XREAL)과 스냅 등은 디스플레이형 글라스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엑스리얼의 프로젝트 오라는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 글라스로 각 렌즈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다. 스냅의 스펙터클스 역시 투명 렌즈 기반 AR 글라스로, 현실 위에 렌즈와 AR 경험을 구현하는 개발자용 기기 성격이 강하다.
이와 비교하면 삼성·구글의 AI 글라스는 당장 눈앞에 정보를 띄우는 증강현실 경험보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AI 기능을 호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에 가깝다.
디스플레이를 넣은 글라스는 더 많은 시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무게, 배터리, 발열,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화면 없는 글라스는 정보 표시에는 한계가 있지만 일반 안경에 가까운 착용감을 앞세울 수 있다.
이는 과거 구글 글라스의 실패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구글은 2010년대 초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를 선보였지만 투박한 디자인과 높은 가격, 짧은 배터리 사용 시간,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소비자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이번 제품에서 젠틀몬스터, 워비파커 등 아이웨어 브랜드와 협업한 것도 디자인과 착용감을 주요 경쟁 요소로 본 결과다.
젠틀몬스터는 선글라스형 디자인을, 워비파커는 일반 안경형 디자인을 맡았다. 두 제품 모두 겉보기에는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는 형태로 소개됐다. 장시간 착용해야 하는 기기 특성상 성능뿐 아니라 무게, 착용감, 외형이 대중화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AI 글라스 시장을 둘러싼 빅테크 경쟁은 확대되고 있다. 메타는 레이밴, 오클리 등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와 협업한 스마트글라스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디바이스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AI 하드웨어 시장 진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구글의 AI 글라스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양과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제품 경쟁력은 배터리 사용시간, 착용감, 가격, 개인정보 보호 장치, 스마트폰과의 연동성 등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