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실 출하가 시작되는 6월, 마트와 이커머스가 일제히 매실청 코너를 키운다. 계절을 '한정판'처럼 소비하는 '제철코어'가 식탁을 넘어 옷장까지 번지고 있다.
6월 초가 되면 매년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청매실이 본격 출하되고, 대형마트·온라인몰에는 청매실과 설탕, 매실청 담그기 세트가 매대 앞자리를 차지한다. 청매실은 24절기 중 망종(6월 6일경) 이후 수확이 시작돼, 6월이 사실상 '매실청 담그는 철'로 통한다. 한 해 중 이 시기에만 가능한 일을 챙기는 소비, 이른바 '제철코어'가 2026년 들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계절을 '소비'하는 사람들, 키워드는 희소성
제철코어는 '제철'과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를 합친 신조어다. 특정 계절·시기에만 가능한 음식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아 즐기는 소비 방식을 가리킨다. Z세대 트렌드 분석 미디어 '캐릿'이 짚어낸 흐름이다.
이 트렌드를 움직이는 동력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희소성의 감각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69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철코어 소비 트렌드 관련 U&A 조사'에서, 응답자의 71.6%가 "특정 계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답했다.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은 더 가치 있다"는 응답은 76.1%, "기후 변화로 계절별 경험이 점점 희소해질 것 같다"는 응답은 73.4%였다. 소비층은 20·30대에 집중됐다.
6월엔 매실·참외, 겨울엔 봄동…브랜드가 계절을 한정판으로 만든다
제철코어가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식품·외식업계다. 6월에는 매실이 주인공이다. 청정원·홍쌍리청매실농원 등이 매실청·매실 음료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마켓컬리·쿠팡 등 이커머스는 청매실 생과와 매실청 담그기 키트를 시즌 기획으로 편성한다. 5~6월 출하되는 참외도 성주참외축제(5월 14~17일)를 계기로 초여름 제철 식재료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계절이 바뀌면 주인공도 바뀐다. 겨울·초봄에는 봄동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대상 종가가 1월 선보인 시즌 한정 '봄동 겉절이'는 1월 7일부터 2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 2만개 넘게 팔리며 중량 기준 약 22t을 기록했다. 11번가에 따르면 3월 1~10일 봄동이 포함된 배추 카테고리의 판매수량과 구매 고객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배 이상 늘었다. 한철 채소가 'SNS 인증템'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식탁에서 옷장으로…웰니스와 만나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흐름은 음식에 머물지 않는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의류 브랜드 '통영아가씨클럽'과 손잡고 전복·오징어를 그래픽으로 넣은 '몸보신 티셔츠', 멍게·장어·꽃게를 프린트한 '해산물 모둠 티셔츠'를 선보였다. 출판계에서는 온라인 서점이 '여름 시집' 같은 계절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표지에 토마토·복숭아 같은 제철 과일의 색감을 입힌다.
11번가는 SNS에서 화제가 된 제철 먹거리와 시즌 아이템을 모은 전문관 '제철코어'를 열기도 했다.
제철코어는 효용보다 감정·경험을 앞세우는 소비, 웰니스 지향과 결을 같이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짚은 '필코노미'(기분과 경제의 합성어), '건강지능 HQ'와 통하는 대목이다. 제철 식재료의 '신선함'과 '건강한 이미지'가 헬시플레저 코드와 결합하면서 단순한 식문화 유행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자리를 넓혀가는 양상이다.
엠브레인 조사에서 앞으로도 제철코어형 소비를 이어갈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3.8%로 나타났다. 계절감이 '사라져가는 감각'에서 '돈을 들여 지켜야 할 가치'로 옮겨가는 동안, 브랜드들의 '한철 마케팅' 경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계절마다 쏟아지는 한정판이 '지금 안 사면 손해'라는 조바심(FOMO)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