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편의점과 마트 냉동고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대롱대롱'를 검색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대롱대롱은 1987년 롯데삼강(현 롯데웰푸드)이 처음 선보이고 2010년경 단종된 과일 모양 컵 아이스크림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돌아온 대롱대롱'을 정식 재출시했다. 1980~90년대 배경 시대극 소품으로 등장할 때마다 온라인에서 '이 아이스크림 아직도 파느냐'며 들썩이던 반응들이 쌓여 재출시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단체급식·식음료 서비스 기업인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12월 '2026 K-외식 9대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첫 번째 키워드로 '경력상품'을 꼽았다. 경력이 쌓인 상품, 즉 과거에 검증된 인기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재해석하는 상품 전략이다.
배경은 고물가다. 삼성웰스토리는 물가 상승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낯선 신상품보다 이미 검증된 경력상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개발비와 마케팅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기업 입장과, 실패 없는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가 동시에 맞아떨어진 구조다.
배스킨라빈스도 같은 트렌드에 올라탔다. '사랑에 빠진 딸기(사빠딸)'는 2025년 5월 단종 공지 직후부터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쏟아졌고, 두 달도 안 된 7월에 되살아났다.
배스킨라빈스에 따르면 단종 플레이버 중 재출시 요청이 가장 많았던 제품이었다. 이 메뉴는 2024년에도 한 차례 단종됐다 소비자 요청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단종과 재출시를 반복하는 경력상품의 전형인 셈이다.
불확실성에 떠오르는 '아는 맛'
글로벌 식음료 업계는 이 흐름을 '뉴스트탤지아(Newstalgia)'라는 신조어로 묘사한다.
new(새로운)와 nostalgia(향수)를 합성한 말로, 과거의 익숙한 맛이나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 전략을 뜻한다. 미국 식품 전문 매체 푸드다이브는 2026년 맛 트렌드를 정리하면서 뉴스트탤지아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민텔도 2026년 이후를 이끌 트렌드로 '레트로의 재해석'을 제시했다.
민텔의 분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 트렌드의 심리적 배경이다. 불확실성과 경제적 스트레스가 큰 시기일수록, 소비자는 단순해서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새로운 맛을 탐험하려는 욕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그 모험이 익숙한 풍미를 기반으로 할 때 더 쉽게 지갑이 열린다.
맛의 트렌드도 비슷한 맥락이다.
2024~2025년을 달군 '스와이시(swicy, 달콤+매콤)' 조합은 2026년 들어 '스왕기(swangy, 달콤+탱키)'와 '스웨이버리(swavory, 달콤+감칠맛)'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완전히 낯선 조합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풍미 위에 새로운 요소를 살짝 얹는 방식이다. 뉴스트탤지아 공식과 비슷하다.
경력상품 전략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추억 팔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래된 제품에는 이미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기억이 내재돼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제품 개발에 드는 큰 마케팅 비용 없이도, 재출시 공지 하나로 온라인에서 자발적인 바이럴이 일어난다.
소비자 측에서도 고물가 시대에 새 제품을 샀다가 실망하는 경험을 줄이고 싶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먹어본 맛'이라는 사실 자체가 구매 리스크를 낮추는 보증서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