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650만명 역대 최다
AI가 만든 그림과 사람이 그린 그림을 더는 구별하기 어렵다. 진짜 같은 가짜 후기, 진짜 같은 가짜 얼굴, 진짜 같은 가짜 목소리가 화면에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이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것, 세상에 하나뿐인 진짜를 찾아 나선 것이다. 2026년 소비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근본이즘'이 꼽히는 이유다.
'근본이즘', 어디서 나온 말인가
근본이즘은 '트렌드 코리아 2026'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변치 않는 본질과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소비 경향을 가리킨다. 이를 "인공지능이 가짜를 진짜같이 생성해내는 시대에, 역사의 시험을 거친 진본, 세상에 하나 있는 그 진짜를 보러 가는 것"으로 설명한다.
토스페이먼츠가 꼽은 2026 소비 트렌드 5가지에도 근본이즘이 들어간다. "AI 기술 발달로 진짜 같은 가짜가 쏟아지자 소비자들이 반작용으로 희소성을 지닌 전통과 원조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에 사람이 몰렸다, 국립중앙박물관 650만명
대표적인 것이 박물관의 인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25년 연간 관람객은 650만7483명으로 집계됐다. 1945년 개관 이래 가장 많은 수치이고, 2024년 378만8785명의 약 1.7배다. 전국 13개 소속 박물관까지 합치면 한 해 1470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AI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시대에, 사람들은 복제할 수 없는 진짜 유물 앞에 줄을 섰다.
박물관만이 아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클래식힙', 손으로 글을 베껴 쓰고 종이책을 읽는 '텍스트힙'이 자리를 잡았다. 빠르게 소비되고 금세 사라지는 디지털 콘텐츠와 정반대편에 있는 행위들이다.
패션, 유통은 120년 전통시장으로
패션은 아예 오래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뗑킴은 2025년 10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과 함께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 매장을 열었다. 1905년 문을 연 120년 역사의 전통시장이다. 마뗑킴은 매장을 열며 광장시장 상인 150여 명에게 브랜드 로고를 새긴 유니폼과 볼캡을 나눠줬다. 새로 지은 깔끔한 플래그십 스토어 대신 낡은 포목 상가 입구를 택한 건, 브랜드가 가질 수 없는 시간의 더께를 시장에서 빌려오려는 전략이다. 헤리티지는 돈으로 새로 만들 수 없고, 광장시장에는 그게 있다는 평가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커뮤니티 스토어 5호점인 ‘경동1960점’과 10호점인 ‘광장마켓점’에서 스페셜 지점을 오픈했다. 특히 광장마켓점을 ‘시간을 추출하는 커피상회’라는 레트로(복고풍) 콘셉트로 만들면서 외벽의 붉은색 벽돌에서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움은 많은 이의 인증샷을 부른다는 평가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
근본이즘이 겨냥하는 건 결국 신뢰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검증된 역사와 일관된 철학을 가진 쪽이 안전한 선택지가 된다. 무조건 새롭고 비싼 것을 사던 시대가 지나고, 소비자는 이 소비가 나에게 어떤 가치를 남기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근본이즘은 옛것으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AI가 모든 걸 복제하는 시대에, 복제되지 않는 것만이 값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볼 수있다. 가짜가 흔해질수록 진짜의 값은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