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국 반도체 수출이 역대 처음으로 월 370억달러를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4% 증가한 37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5월 전체 수출도 877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2년 전만 해도 수출 침체의 원흉으로 지목받던 메모리 반도체가 이제는 한국 무역수지를 혼자 책임지는 구조다.
문제는 이 숫자를 '슈퍼사이클'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느냐다.
가격 흐름만 보면 사이클 전환의 신호는 분명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1월 내놓은 전망에서 올해 1분기 기존 D램 계약 가격은 전분기 대비 55~60%, 낸드플래시는 33~38% 오를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2월 전망에서 D램 인상 폭을 90~95%로 더 올려 잡았다. DDR5는 AI 서버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특히 컸다.
수요 구조가 과거 슈퍼사이클과 다른 점은 스마트폰·PC가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수요를 끌고 있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북미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가속하면서 서버용 DDR5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치솟았다. 트렌드포스는 서버 시장이 2026년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 흐름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3E 시장에서 물량 기준 점유율 71%를 차지하고 있다는 추정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도 HBM4 세대에서 엔비디아 초반 물량을 확보했고, AMD향 주공급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대만 업체들이 DDR4·LPDDR4 등 레거시 메모리 공급을 분담하는 동안, 한국 업체는 고부가 제품군에 집중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수출 통계 뒤에는 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
1분기 대기업 수출은 전년 대비 52.9% 급증했지만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은 10.7%에 그쳤다. 반도체·AI 분야 대기업이 성장을 독점하는 동안 다른 업종 중소기업은 상황이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KDI는 반도체 수출의 낙수효과가 내수와 비반도체 제조업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해 왔다.
외부 변수도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것이 방어선이지만, 미국과 EU의 협상에서 반도체에 최대 15% 관세율이 거론된 만큼 한국 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약속받은 대우가 현재의 무관세를 영구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추격도 변수다. 시장조사업체 집계에 따르면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3.97%에서 4분기 7.67%로 올라갔다. YMTC의 낸드 점유율도 같은 기간 9%에서 11%로 상승했다. 아직 첨단 HBM 기술 격차는 크지만, 범용 메모리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한국 업체를 압박하는 구도는 이미 시작됐다.
한편 반도체 시황이 좋다는 것은 데이터가 증명한다. 하지만 이것이 2000년대 초나 2017~2018년처럼 업계 전반이 함께 오르는 슈퍼사이클인지, 아니면 AI라는 특정 테마가 한국의 두 대기업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연결된 집중형 호황인지는 구분이 필요하다.
다만 HBM과 DDR5가 견인하는 지금의 구조는 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거품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그 온기가 반도체 공급망 전체,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퍼지는지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