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드만삭스의 '코리아 패싱', 설명 없는 침묵이 더 큰 문제다
[기자수첩] 골드만삭스의 '코리아 패싱', 설명 없는 침묵이 더 큰 문제다
  • 정단비
  • 승인 2026.06.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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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일인 지난 12일(현지시간) 아침, 한국 투자자들에게 전해진 것은 축하 소식이 아니라 이메일 한 통이었다. 대표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정규장 개장을 불과 앞둔 시점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배정할 공모주 물량이 없다고 통보했다.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클래스A 보통주 231만4815주, 공모가 기준 약 3억1250만달러 규모를 인수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를 근거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기관 및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고, 접수는 시작 1~2분 만에 마감됐다. 그러나 상장 당일 아침, 배정 물량은 결국 '0주'가 됐다.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점은 비교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당초 동일한 인수 약정 규모였던 일본 미즈호증권은 최종적으로 7배 이상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측은 장기 보유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청약 규모가 약 62억달러로 한국(약 11억달러)을 크게 웃돌았고, 한국은 사모 청약 구조상 상장 후 이틀 뒤인 16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는 제도적 차이도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가 비상장 기업이던 시절부터 투자 관계를 이어온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수년간 이어진 협력 관계와 SEC 공시에 명시된 인수 물량, 그리고 이를 신뢰하고 청약에 참여한 국내 투자자들이 있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상장 당일 개장 직전까지 별다른 추가 설명 없이 배정을 전면 취소한 결정은 '재량권 행사'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방적 조치다.

더 큰 문제는 이후의 대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골드만삭스에 배정 전량 삭감의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핵심 당사자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그 피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이에 청약증거금이 환불됐음에도, 미래에셋증권은 신뢰 회복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연신 사과를 하고 있다. 왜 국내 증권사가 주관사의 결정으로 발생한 후폭풍까지 떠안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금융감독원도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해 공모주 배정이 최종 무산된 경위와 투자자 보호 절차의 적절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정작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골드만삭스는 별다른 설명이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공모주 배정 재량은 시장 관행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관행이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SEC 공시에 이름을 올려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천억 원의 청약 자금을 모은 뒤 상장 당일 아침 아무런 추가 설명 없이 특정 인수사를 배제했다면, 이는 단순한 배정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례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설명 없는 '코리아 패싱'에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 있는 해명을 받는 것 역시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과정이다.

골드만삭스의 침묵은, 어쩌면 그 어떤 해명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페이스X가 올해 6월 뉴욕증시 상장을 목표로 비공개 IPO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는 클래스B 주식을 통해 일반주 10배 의결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미지=폴리네이션 AI 생성)
스페이스X 상장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폴리네이션 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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