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 장기전세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강일동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호소문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 "20년 동안 뭐 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계약 조건을 처음부터 알고 들어간 사람들이 분양전환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더불어 20년이라는 긴 장기전세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짚어봐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왜
인간은 마감이 멀수록 행동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고 부른다. 당장의 안락함에 과도한 가중치를 두고, 미래의 위험은 실제보다 작게 인식하는 경향이다. 20년이라는 기간은 이 편향을 극대화하는 조건이다.
2007년 입주 당시 이들에게 2027년은 막연한 미래였다. 처음 10년은 "아직 10년이나 남았다"고 안심했을 것이다. 다음 5년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미뤘을 것이다. 마지막 2~3년에 이르러서야 현실이 눈앞에 들어왔지만, 그때는 이미 서울 집값이 입주 당시와는 다른 세상에 있었다.
시장 감각과 멀어지게 한 장기 혜택
장기전세의 구조적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이 제도는 시장 보다 저렴한 시세를 제공하면서 안정을 준다. 주변 전세가가 올라도, 매매가가 뛰어도, 장기전세 입주자는 상한선 안에서 보호받는다. 문제는 그 보호막이 시장 감각 자체를 서서히 무뎌지게 한다는 점이다.
일반 전세 세입자는 2년마다 갱신 협상을 하며 시세를 체감한다.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고민하고, 때로는 내 집 마련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 반복적인 긴장이 자산 형성의 동기가 된다. 반면 장기전세 입주자는 그 긴장 자체가 없다.
오래 살면 살수록, 부동산 시장은 점점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서울 전역에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은 약 3만 세대에 달한다. 강일동에서 터진 이 문제가 강일동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다.
혜택과 자립이 동시에 설계돼야 한다
시프트는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임대해주는 제도였고, 분양전환 조항은 애초에 없었다. 그러니 지금의 요구가 계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정책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장기 지원은 수혜자를 돕는 동시에, 자립 능력을 서서히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장기가 아니라 단기 임대였다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음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20년은 그 준비를 계속 내일로 미룰 수 있게 해줬다.
강일동은 예고편이다. 같은 조건으로 입주한 수만 가구의 만기가 차례로 도래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억울한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왜 이 예고된 문제를 20년 동안 아무도 막지 않았는지를 묻는 일이다.
게다가 전세라는 주거 형태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공공이 전세 임대를 유지하겠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입주 시점부터 목표 자금 마련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중간 점검과 주거 상담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안정된 거주를 보장하되, 그 안정이 자립을 미루는 구실이 되지 않도록 제도가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