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와 자동화 서비스가 번역·비교·구매 과정까지 대신 처리하면서,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귀찮음’과 ‘수고’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일본 닛케이 BP가 발행하는 닛케이 크로스트렌드는 '2026년 히트 예측 베스트 30'에서 올해 일본 소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제3의 절약’, ‘마이크로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苦労キャンセル(쿠로 캔슬·고생 캔슬)’을 제시했다.
닛케이 측은 일본 소비자들이 시간 손실, 정보 비대칭, 언어 장벽 등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전자레인지 조리만으로 식감을 구현한 즉석 생파스타 제품, 자동 라면 조리 머신, 미국 구강청결제 브랜드 ‘더 브레스코’의 일본 진출 등이 언급됐다. 공통점은 조리·대기·정보 탐색 같은 과정을 최소화하고 결과만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카나나, 쿠팡의 AI 추천 서비스 등 자동화 기반 기능에 도전하고 있다.
또 Open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등을 활용해 검색·번역·문서 작성 업무를 처리하는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대 생성형 AI 이용률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돈이다
소비의 기준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절약의 중심이 ‘돈’이었다면, 최근에는 ‘시간’과 ‘인지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식사 한 끼를 위해 가격을 비교하고 리뷰를 읽고 메뉴를 고르는 과정 자체가 피로와 비용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이 도입한 AI 추천 기능과 11번가·G마켓의 AI 비교 검색, 다이소·CJ올리브영의 AI 매장 안내 서비스 등이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하루하루 여가를 즐길 시간이 부족한 청년 1인가구를 중심으로 ‘시간을 사는 소비’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생성형 AI가 정보를 요약하고 추천하는 과정이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직접 비교·탐색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의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비자 의사결정 실태’ 조사에서도 AI 추천 의존도가 높을수록 가격·약관 확인 빈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 다른핵심 변수는 AI 추천 시스템의 신뢰성과 투명성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1월 ‘AI 추천 알고리즘 표시 의무화’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고,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생성형 AI 광고·추천 표시 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얼마나 편리한가’를 넘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추천했는가’에 대한 설명 책임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닛케이 크로스트렌드는 하반기 유력 트렌드 키워드 후보로 ‘AI 외주 일상’을 제시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AI 비서·AI 추천·AI 자동 결제 등이 주요 성장 지표로 떠오르는 만큼, 앞으로 청년 1인가구 소비에서 ‘시간 절약 서비스’ 비중이 얼마나 확대될지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