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인터뷰]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시도했어요” 취업 준비하며 프리랜서까지, N잡러 지구지
[N잡 인터뷰]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시도했어요” 취업 준비하며 프리랜서까지, N잡러 지구지
  • 이수현
  • 승인 2023.09.0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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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좋아하는 일로 시작해 시작부터 잘 되는 이들도 있겠지만, 보이는 것만큼 그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반 취준생, 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구지는 순수예술 전공 후 지금까지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시도해봤다고 말한다. 문구 사업, 캐릭터 제작 과외, 이모티콘 작가, 타투이스트 등 그만큼 경험한 판매 채널도 다양하다.

다양한 판매 채널을 경험해본 만큼 각각의 특징, 장단점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큰 성공을 이루진 않았지만 조금이라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지구지와 함께 지금까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 나눠봤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지구지’ 라는 채널과 ‘언배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지구지(김지수)입니다.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뒤늦게 취업준비를 하면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인 반 취준생 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큰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큰 성공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정보의 제공과 용기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지금까지 대략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와 함께 해당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시도해봤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로 (회화) 작가의 꿈을 접게 되었고, 그동안 취업 준비를 한 것도 아니다 보니 우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그림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개인소장용으로 만들고 싶은 굿즈를 제작해서 올리기 시작한 게 벌써 3년이 지나, 지금의 ‘언배드 스튜디오’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내 그림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평소에 팔로우하던 타투이스트분이 강의를 오픈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고, 바로 수강신청을 해 타투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든 도안이 누군가의 몸에 평생 남게 된다는 게 참 매력적인 작업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사정상 쉬고 있지만 프리랜서로 일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게 된다면 다시 타투샵을 오픈할 생각입니다.

일러스트 외주작업은 디자인 외주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당시 문구마켓만으로는 생계나 본업이라고 할 수 없었기에, 취미였던 디자인을 공부해서 외주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책표지와 앨범 커버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종종 제 그림을 넣을 때가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일러스트 외주도 따로 받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모티콘 작가입니다. 제가 첫 제안을 했던 건 2017년인데요. 그때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서 제안했었습니다. 그렇게 가볍게만 생각했던 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모티콘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승인만 받으면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돈을 벌어다 주는 아주 좋은 부업수단이 되어있었습니다. 이모티콘을 승인받으면 내가 꿈꾸던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몇 년간 계속해서 제안해 결국 하나의 이모티콘이 승인이 나게 되었습니다.

ⓒ'지구지' 유튜브 채널
ⓒ'지구지' 유튜브 채널

 

Q. 문구 판매 채널로 어떤 곳을 활용해보셨나요? 경험을 바탕으로 각 판매 채널별 특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트웬티’라는 플랫폼에서 시작했습니다.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수수료가 없고 주문받는 것도 어플로 쉽게 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에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시로 판매되기 보다는 판매 기간을 정해 놓고 매번 새로운 마켓을 오픈 해야 됐기에 판매량이 적은 저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어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트웬티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제 마켓이 노출이 되고 구매자 분에게 메세지도 받을 수 있어서 나름 재밌게 마켓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은 ‘마플샵’인데요, 크리에이터 승인받기도 쉽고 디자인 파일만 올리면 마플쪽에서 제작, 배송까지 진행하니까 재고가 남지 않고 부자재 값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기본가가 어느정도 있는 편이라서 저에게 떨어지는 디자인 값은 1~2천원 정도라 큰 수익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는 수수료가 있기는 하지만 상품을 한 번 제작해 놓으면 계속해서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 재고가 많은 저에게는 큰 메리트였습니다.

저는 주로 트웬티에서 판매했던 제품의 재고를 네이버 스토어에 올려 두었습니다. 방문자는 없어도 신기하게도 몇달에 한 건 씩 판매가 되기는 하더라고요.

다만, 판매가 될 때 알림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계속해서 스토어에 들어가 관리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 주문이 없어도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번거로움이 있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Q. 이 외에 더 사용해보신 채널은 없으셨나요?

‘텐바이텐’과 ‘에이블리’도 이용해봤습니다. 다만, 두 채널 모두 사업자가 있어야 가능한 채널입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확실히 다른 채널보다는 노출도 잘 되고 찜도 많이 눌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번 상세페이지를 제작해야 되는 번거로움과 수수료가 역시 부담이 되어서 현재는 텐바이텐은 제품을 다 내렸고 에이블리는 폐점하였습니다.

특히 에이블리는 무료배송이 기본인데다 계속해서 할인가로 올려져 있어서 딱히 메리트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구지 제공
ⓒ지구지 제공

‘트위터’도 판매 채널로 이용해봤는데요. 다른 판매 채널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문구류만 올리기에는 트위터라는 SNS특성상, 업로드 텀이 너무 짧고 해시태그 사용도 잘 없어 팔로워 수를 늘리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판매용 계정이 아니라 배경화면 무료 공유나 저의 일상생활 자체를 브랜딩 한다는 생각으로 트윗을 올리다 보면 저의 감성이 담긴 일상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문구 구매까지 종종 이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버딩’입니다. 위버딩은 굿노트 디지털 파일을 판매하는 채널입니다. 원하는 파일 형식을 업로드하고 상세페이지만 만들면 끝이어서 굉장히 편리합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유명하지 않으면 상단 노출이 쉽지 않아 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처럼 시작하는 단계인 분들은 일러스트 보다는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처음에는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판매 채널을 이용해도 홍보가 아무래도 가장 큰 난관이었는데요. 인스타그램 유료 광고와 유튜브가 저에게는 가장 큰 효과를 보여줬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는 작가분은 디지털 파일을 주로 판매하시는데 유튜브로 굿노트 템플릿 만드는 영상이 대박이 나서 그 뒤로 유명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 방법을 통해서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켜 팬층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취업준비와 함께 외주 작업을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채널을 통해 외주 작업을 받으셨는지, 외주 작업을 받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외주 작업은 대부분은 크몽을 통해 받았습니다. 포트폴리오 용으로 3개 정도 가상의 책을 만들어 올려놓고 처음에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의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크몽에서는 정말 다양한 클라이언트 분들이 있기 때문에 온전히 저의 작업을 보여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트위터를 통해 레디메이드 책 표지와 일러스트 커미션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트위터에서 판매된 레디메이드 책 표지를 크몽 포트폴리오로 올리면 온전히 본인의 작업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제 작업의 방향성과 맞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 크몽은 개인이 문의 주시기 때문에 일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없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항상 넓은 마음과 참을 인 세번 떠올릴 줄 아는 마음이 필수 준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참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문의 글만 봐도 어떤 성향의 클라이언트인지 파악이 가능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탈잉을 통해 캐릭터 과외도 가끔 진행했습니다. 먼저 수업 커리큘럼을 짜 놓고 엄마를 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업 연습을 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도 보람차고 자신이 쓸모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이 많이 되어서 결국 더 유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에딧메이트’라는 외주 플랫폼을 통해 편집자 외주 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외주 콜렉터가 목표 아닌 목표가 된 것 같네요.

ⓒ지구지 제공
ⓒ지구지 제공

 

Q. ‘카카오톡 이모티콘 21번의 미승인’을 주제로 영상도 올리셨어요. 첫 승인된 이모티콘은 어떤 이모티콘이었나요? 미승인된 이모티콘과 승인된 이모티콘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승인 팁이 궁금합니다.

저에게 첫 승인을 가져다준 이모티콘은 <나야 나 곰돌이> 입니다. 맑은 눈의 광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곰돌이 캐릭터예요.

사실 저는 그림이라면 다 자신 있지만 딱 한가지, 귀여운 캐릭터 개발은 조금 약한 편이라서 이모티콘 제작은 감으로 하기 보다는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하면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확실히 느낀 건 캐릭터의 상품성과 컨셉에 따른 표현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연령대에 따른 자주 쓰는 표현을 어떻게 하면 트렌디하고 신선하게 표현하는지, 그림체는 그 연령대에서 유행하는 감성과 잘 맞아 떨어지는지, 캐릭터 성격이나 컨셉이 확실한지 등이 승인과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이모티콘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승인된 이모티콘들을 보면 색이 조잡하다든가, 표현의 진부함이 늘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타고난 센스도 필요한 것 같아서 많이 고민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Q. 미승인된 이모티콘은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미승인된 이모티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몇 년 전만 해도 네이버 ‘OGQ’ 승인받기가 비교적 쉬워서 미승인 된 이모티콘은 전부 OGQ에 올려 두었는데, 최근에는 이 또한 승인받기 많이 어려워졌는데요.

OGQ에도 사용되지 못하는 시안들은 파일을 다 모아두고 새로운 이모티콘 작업을 할 때 괜찮은 표현을 골라 다시 쓰고 있습니다.

‘라인’ 스티커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외국인 사용자가 주이다 보니 한글 텍스트가 들어간 이모티콘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인데요. 주 사용 국가인 태국과 일본의 선호하는 캐릭터 느낌도 많이 달라서 역시 어려운 방법이긴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OGQ와 카카오톡 이모티콘 승인보다는 승인받기 수월해 일단은 올려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아주 적은 수익금이기는 하지만 티클 모으는 재미가 은근히 있습니다.

ⓒ지구지 제공
ⓒ지구지 제공

 

Q. 문구업의 일환으로 소품샵 입점도 도전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소품샵 입점을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그 과정은 어떤가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언배드 스튜디오를 알리고자 소품샵 입점을 결심했었는데요.

우선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소품샵’, ‘소품샵 입점’을 검색하면 많은 소품샵에서 입점 작가를 구하는 게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시글을 보고 입점 위치, 입점료와 수수료를 비교해보세요. 이 후 마음에 드는 곳에 자신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간단한 파일을 만들어 보내면 입점 연락이 오게 됩니다. 그럼 안내해주시는 대로 진행하면 되는데요.

주로 포장과 바코드 작업을 다 하고 소품샵에 보내 드려야 하기 때문에 포장 비닐과 프린터기, 바코드 스티커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소품샵에서 연락이 올때마다 원하시는 재고를 보내 드려야 하므로 재고 준비도 넉넉하게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이것도 퇴점하면 재고가 되어 돌아오지만요.

보시며 아시겠지만, 물론 수익 보다는 지출이 더 많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판매량만 놓고 봤을 때 확실히 온라인보다는 소품샵이 더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제 제품이 있는 소품샵에 가서 인증샷을 찍어 보내줄 때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앞으로는 또 어떤 문구 관련 일을 도전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아직 제 제품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직접 볼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2024년 3월에 ‘굿즈이즈굿’라는 일러스트 페어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 일러스트페어를 위해 새로운 제품군들을 많이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이 일러스트 페어를 통해서 언배드 스튜디오의 감성이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젠가 익명으로 만화책도 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직 기획 단계이기는 하지만 2년 안에는 무조건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기 때문에 언젠가 만나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모티콘도 현재 40수를 넘겼는데 '두 번째 이모티콘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질보다는 양이다' 방법으로 제안할 생각입니다.

이처럼 여러 방법으로 제 그림을 사랑해줄 사람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닐 예정입니다. 아무도 날 찾아주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알리는 수밖에요.

 

Q. 마지막으로 문구 사업을 꿈꾸고 준비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제가 지금까지 문구 사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아하는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과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덕분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성공하는 브랜드는 아주 극소수입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그런 성공과는 어쩌면 아주 멀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목표가 있거나 좋아하는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면 도전해보세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사람을 먼저 모으다 보면 그 소수가 다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더라도요.

물론 여러분들은 시작부터 대박이 날 수도 있겠지요.

본인의 취향을 잘 파악해서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만들고 올려보세요. 그리고 무작정 오픈하기보다는 톤앤매너와 컨셉을 잘 기획하여 천천히 사업을 키워보는 게 저의 팁 아닌 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구 사업이 나의 즐거운 취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운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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