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미 다른 질문이 오가고 있다. AI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전제로 어떻게 일할 것인가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플로우 AX페스타 무대에 오른 '시대예보' 송길영 작가와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서로 다른 주제로 강연했지만 공통된 메시지를 던졌다. AI는 새로운 도구의 등장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의 경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라는 것이다.
"안 쓰면 망한다"…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송길영 작가는 AI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이미 한 단계 늦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키오스크를 도입한 라면 가게 사례를 들며 "AI를 쓰면 더 잘되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가 먼저 생산성과 비용 구조를 바꾸는 상황에서 AI 활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내부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AI의 오류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주요 논의였다면, 이제는 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이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을 때 부정적으로 답하는 순간 신뢰를 잃는다"며 "지금은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중간이 사라지고, 속도가 경쟁력이 된다
송 작가가 강조한 또 하나의 변화는 '중간의 소멸'이다. 무인주차, 무인주문, 셀프결제처럼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중개 역할을 하던 조직과 절차는 줄어든다.
특히 복잡한 결재 구조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병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존재하면 권한을 놓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그걸 결재라고 부르는데, 결재를 없애지 않으면 속도가 안 난다"는 말했다.
이 흐름은 개인과 기업의 경쟁 구도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조직만 수행할 수 있었던 조사·분석·기획 업무를 이제는 소수 인원이 AI의 도움을 받아 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본인을 관리자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나가는 것이고, 직접 일하는 사람이 남는다"고 했다.
에이전트가 바꾸는 다음 단계
김대식 교수는 올해를 AI 에이전트 확산의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지금까지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트는 직접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지시만 내리면 자료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고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분기점으로 그는 올해 1월 등장한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꼽았다. 코워크 플러그인 공개 직후 미국 소프트웨어·금융 관련 주식에서 약 2850억 달러(약 4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사태가 벌어진 것을 그 방증으로 들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기존 SaaS를 흡수하려 할 것이고, SaaS 업체들은 이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진단했다.
역량의 기준도 이미 이동했다고 봤다. 어떤 AI를 쓰느냐보다 여러 AI와 에이전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2025년이 바이브 코딩의 해였다면 2026년은 에이전트를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의 해"라고 표현했다.
그래도 사람의 몫은 남는다
두 강연자 모두 AI 만능론에는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기술적·반복적 업무는 상당 부분 자동화될 수 있지만 관계 형성, 설득, 공감, 협업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결국 휴먼스킬"이라는 말이다.
송 작가도 같은 맥락에서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으면 남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구조화해 꺼낼 수 있어야 조직 안에서 존재를 증명할 수 있고, AI가 업무를 대신하더라도 무엇을 판단하고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얘기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은 인간과 AI의 대결이 아니다.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과 과거 방식에 머무는 조직 사이의 경쟁이다.
두 강연이 던진 메시지 역시,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을 바라보는 태도가 아니라 그것을 실제 업무와 조직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