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는 오래된 논쟁이 있다. 제네릭 의약품과 신약의 차이다.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약을 동일 성분으로 생산해 시장에 공급한다. 개발비는 적고 시장 진입은 빠르다. 제네릭이 나쁜 의약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수익 구조다. 건강보험 약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만큼 약가가 내려가면 버틸 여력이 크지 않다.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언론 생태계도 이와 닮아 있다.
수백 곳에 이르는 네이버 검색제휴 언론사 가운데 상당수는 오랫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통신사 기사를 받아 재송출하거나, 기업 보도자료를 기사 형태로 정리하는 형식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이와 함께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면 트래픽이 발생하고, 트래픽이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그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제휴위원회는 올해 2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책설명회를 열고 새로운 제휴 심사와 운영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신규 제휴 접수는 3월 3일부터 시작됐다. 2023년 5월 기존 제휴평가위원회가 중단된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 언론 생태계가 사실상 네이버라는 단일 유통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검색제휴 여부가 매체의 생존을 좌우했고, 경쟁은 취재력보다 기사 송출 속도와 물량으로 흘러갔다. 플랫폼의 규칙이 바뀌면 언론사의 생존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시점에 네이버는 AI탭을 내놨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탭을 "탐색에서 실행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네이버 검색 패러다임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해 수십 개의 링크를 비교하던 검색에서 벗어나, 질문을 던지고 하나의 답을 받는 방식으로 검색 경험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AI 시대에도 네이버 검색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AI탭 베타 출시 이전인 올해 1월부터 4월 26일까지 네이버 평균 검색 점유율은 63.82%였지만, 출시 이후인 4월 27일부터 6월 17일까지는 66.34%로 높아졌다. 5월 24일에는 일일 점유율이 81.34%까지 올라갔다.
생성형 AI가 포털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용자들이 챗GPT나 제미나이의 답변을 그대로 신뢰하기보다, 할루시네이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습관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AI의 불완전성이 오히려 포털 검색의 역할을 연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나 포털의 트래픽 증가가 곧 언론사의 트래픽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AI탭은 이용자를 언론사 기사로 보내기보다 검색 결과 안에서 답을 소비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용자는 여러 기사를 클릭해 정보를 비교하는 대신 AI가 요약한 답변을 먼저 읽는다. 포털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지만, 언론사로 연결되는 클릭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변화는 뉴스 유통 구조 자체에 있다.
지금까지 네이버 검색에서 뉴스탭은 언론사들이 독자를 만나는 핵심 통로였다. 검색제휴 심사에 많은 언론사가 사활을 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검색의 중심이 AI탭으로 이동하면 뉴스탭의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질문과 답변 중심의 인터페이스에서는 뉴스가 독립된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사 링크는 AI 답변을 뒷받침하는 출처 가운데 하나로 제시될 뿐이다. 언론사는 콘텐츠의 주체가 아니라 AI 답변을 구성하는 참고자료로 위치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지금 언론 생태계가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이다. 제휴 심사를 통과해도, 뉴스탭에 입점해도, 정작 그 뉴스탭 자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이용자의 언론사 웹사이트·앱 직접 방문 비율은 6%에 불과하다. 4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글로벌 평균인 23%와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 언론은 오랫동안 독자와 직접 연결되기보다 플랫폼을 통해 소비되는 구조에 익숙했다.
넥스트 패러다임은 이미 시작됐다. AI 시대가 오면서 뉴스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소비하는 행태가 바뀔 것이다. '기사를 전달하는 언론'과 '세상을 해석하는 언론'은 더욱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빨리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맥락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검색은 질문으로 바뀌고, 뉴스는 링크가 아니라 답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독자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는 특정 플랫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생태계 전체를 다시 쓰는 흐름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것을 외면한다고 흐름이 멈추지는 않는다. 결국 미래를 바꾸는 것은 AI가 아니라, 변화의 필요성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