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읽기] 선택할 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결정'을 외주 주는 사회
[맥락읽기] 선택할 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결정'을 외주 주는 사회
  • 정단비
  • 승인 2026.02.1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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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800만 시대, 플랫폼이 메운 의사결정의 빈자리

보험을 비교해주고, 병원을 추천하고, 이사를 대신 설계해주는 플랫폼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냥 편해진 거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시장이 커진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선택을 상의할 사람이 줄어든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가구는 804만5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2015년 대비 54.6% 늘었다.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 형태가 바뀐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집 계약, 병원 선택, 보험 가입 같은 중요한 결정들을 누구와 상의하며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예전에는 가족과 의논했고, 동료나 이웃에게 물어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화된 문화 속에서 그런 교류 자체가 줄었다. 결정을 상의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판단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의할 사람 없는 사회, '독박 결정'의 시대


더 큰 문제는 혼자 선택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는 2026년 1월 기준 누적 3만6449건에 달하며, 피해자의 74.7%가 20~30대다. 과거에는 집을 구할 때 부모나 주변에 물어봤지만, 지금은 혼자 수백 개 매물을 검색하고, 등기부등본을 떼고, 부동산중개사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생명보험협회가 발표한 '제17차 생명보험 이용 실태조사(2024)'에 따르면 민영생명보험 가입률은 80.4%에 달하지만, 보험 가입자의 52.1%는 현재 보험의 보장내용이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중복 가입 여부조차 확인이 쉽지 않다.


가족과 이웃의 빈자리, AI가 메우다


이 빈자리에 플랫폼이 들어왔다.

보험비교 플랫폼은 수십 개 보험사의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해준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보험다모아'는 2015년 정부 주도로 출범했고, 2024년 1월에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민간 플랫폼이 '보험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 예약 플랫폼은 실시간 대기 현황을 보여주고, 비대면 진료까지 연결한다. 굿닥은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기록했고, 7만개의 병의원 데이터베이스와 60만건의 리뷰를 보유하고 있다. 닥터나우는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750만건에 달하며, 지난해 연간 168만건 이상의 진료 건수를 기록했다. 

인테리어 플랫폼도 비슷하다. 오늘의집은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서 2025년 11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368만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 다운로드는 2000만건에 달한다. 3D·AI 인테리어 관련 검색량은 전년 대비 24배 증가했고, 관련 서비스 이용자는 2023년 이후 연평균 63%씩 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개'다. 병원을 찾아주고, 보험을 비교해주고, 인테리어를 시뮬레이션해준다. 과거에 가족이나 지인이 해주던 역할을 기술과 데이터로 대체한 것이다.

이제는 AI가 추천까지 한다. 글로벌 보험 평가 플랫폼 시장은 2025년 7.1억 달러에서 2035년 14.8억 달러(Maximize Market Research)로 성장할 전망이며, 디지털 보험 플랫폼 시장은 2024년 1,533.9억 달러에서 2031년 3,464.9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Fortune Business Insights). 한국 헬스케어 IT 시장도 2024년 69.22억 달러에서 2033년 142.48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Mordor Intelligence).

생성형 AI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는 2024년 전년 대비 218% 성장했다(Salesforce). 오늘의집은 이미 사용자 맞춤형 AI 추천 시스템을 홈 피드에 도입했다.


'똑똑한 고립' 사회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보험 설계사가 집에 와서 설명했다. 병원은 동네에 하나뿐이어서 선택이 필요 없었다. 전세는 부동산에서 계약서 써주면 됐다. 지금은 모든 걸 스스로 비교하고, 검색하고, 리뷰를 읽고, 결정해야 한다.

개인화된 사회에서 의사결정 비용은 개인에게 전가됐다. 플랫폼은 그 비용을 '편의'라는 이름으로 수익화하고 있다. 정보를 모아주지만,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이건 1인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인가구도, 맞벌이 가구도, 결국 각자가 정보를 찾고 결정해야 한다. 개인화는 가구 구성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다.

결정을 함께할 사람이 줄어든 자리를 플랫폼이 채우고 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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