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인력 활용 필요성 크지만 임금·법적 리스크 부담도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정년 이후에도 고령 인력을 계속 활용하더라도 ‘전원 고용’보다는 필요한 인력만 다시 뽑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전국 3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0.4%는 정년퇴직자를 선별해 재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필요 인력을 선발해 일부 재고용한다’는 응답이 58.8%로 가장 많았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적격자 대부분을 재고용한다’는 응답은 21.6%였다. 반면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한다’는 응답은 19.6%에 그쳤다.
숙련 필요하지만 전원 재고용은 부담
기업들이 정년 이후에도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숙련 인력 활용이었다. 정년 후 고령자 계속고용 이유로는 ‘숙련·전문성 활용’이 75.4%로 가장 높았고 ‘인력 부족 대응’이 55.4%로 뒤를 이었다.
다만 재고용 대상자를 고를 때는 업무 능력과 성과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별 재고용 기준으로는 ‘업무 수행능력 및 근무 성과’가 5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술·노하우의 희소성 및 전수 필요성’ 44.8%,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등 직무 수행 가능성’ 43.8%, ‘근무태도 및 조직 내 협업 능력’ 36.3% 순이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선별 재고용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10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필요 인력을 선발해 일부 재고용한다’는 응답이 73.7%에 달했다. ‘희망자 전원을 재고용한다’는 응답은 5.3%에 불과했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적용하는 직종은 ‘사무직·생산직 모두’라는 응답이 59.8%로 가장 많았다. ‘생산직만 적용’은 30.0%, ‘사무직만 적용’은 10.2%였다. 다만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생산직만 적용’한다는 응답이 50.0%로 가장 높았다.
재고용 후 임금 동일 59%...대기업일수록 삭감 비중 높아
정년 후 재고용 시 임금 수준은 퇴직 전과 ‘동일하다’는 응답이 59.0%로 가장 많아다. ‘감소한다’는 응답은 34.2%, ‘증가한다’는 응답은 6.8%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300~999인 기업에서는 재고용 후 임금이 감소한다는 응답이 51.9%, 1000인 이상 기업에서는 52.6%로 절반을 넘었다. 임금이 줄어든다고 답한 기업의 평균 감액률은 20.6%였다.
기업들이 정년 후 재고용 제도 운영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소는 법적 리스크였다. ‘임금 등 근로조건 조정 시 법률적 리스크’가 47.1%로 가장 높았고 ‘계약 종료·재체결 과정의 분쟁 리스크’가 39.2%로 뒤를 이었다. ‘연령 차별 시비 등 분쟁 가능성’도 29.4%로 조사됐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재고용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가 6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재고용 관련 법적 기준·가이드라인 명확화’ 18.8%, ‘임금체계 개편·직무 재설계 지원 강화’ 13.5% 순이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덜어줄 재정 지원을, 대기업은 법적 기준과 임금·직무체계 개편 지원을 더 시급한 과제로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법정 정년이 65세로 일률 연장될 경우 기업의 추가 대응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응답 기업의 52.4%는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임금체계 개편이나 신규채용 축소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임금체계 개편 추진’이 34.4%로 가장 많았다. ‘신규채용 축소’와 ‘재고용 제도 축소 또는 폐지’는 각각 25.2%로 집계됐다. 희망 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응답도 15.3%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