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도, 여권도 없이…6호선 타고 떠난 '이태원 마트' 세계여행 [직접 가봤습니다]
비행기 표도, 여권도 없이…6호선 타고 떠난 '이태원 마트' 세계여행 [직접 가봤습니다]
  • 윤지원
  • 승인 2026.07.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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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도·중동 식재료가 한자리에, 이태원 마트 탐방기
동네 마트에선 볼 수 없는 이색 먹거리들

이태원에 가면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든다는 말이 있다. 이국적인 음식점과 낯선 언어가 뒤섞인 거리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골목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한국 대형마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세계 각국 식재료가 가득한 외국인 식자재 마트가 모여 있다.

해외여행을 가면 관광지보다 먼저 현지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실제로 먹는 음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대신 지하철 6호선, 여권 대신 교통카드를 들고 이태원 우사단로 일대 외국인 식자재 마트를 직접 둘러봤다.

첫 진열대부터 달랐다 

우사단로를 따라 걷다 보면 '포린푸드마트'와 '내셔널 푸드마트'를 마주치게 된다. 두 곳 모두 겉보기엔 평범한 동네 마트 같지만,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포린푸드마트는 입구에서부터 태국쌀을 대량으로 진열해두고 있었다.

이태원 탐방에서 마주친 이색 마트
이태원 탐방에서 마주친 이색 마트

안으로 들어가자 겉보기엔 평범한 마트였다. 하지만 진열대를 채우는 품목은 일반 마트와는 완전히 달랐다. 천천히 진열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낯선 나라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파스타 면만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였다. 짧은 것부터 길쭉한 것, 리본 모양, 조개 모양까지 생김새도 다양했다.

다양한 파스타 면이 진열된 모습 

향신료 코너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마트에서 향신료라고 하면 후추나 카레가루 정도가 전부인데, 이곳은 향신료 코너 하나만 따로 있을 정도로 종류가 많았다. 강황가루가 진열된 구역에서는 인도 커리 전문점에서나 맡을 법한 향이 진하게 퍼졌다. 소시지 종류도 낯설었고, 국내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고수 같은 생허브도 판매 중이었다. 특히 할랄 김치까지 판매하고 있어 이색적이었다.

다양한 향신료가 진열된 매대
할랄 김치와 고수 등 다양한 식재료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재료들

분말가루 코너도 흥미로웠다. 밀가루처럼 생긴 흰 가루에 '카사바'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이름만 봐서는 밀가루인지 전분인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는 밥처럼 주식으로 먹는 뿌리작물을 가루로 만든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다양한 분말 가루들이 진열되어 있다. 

문제는 대부분 상품에 한국어 설명이 붙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낯선 이름의 재료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휴대폰으로 검색해보기를 여러 차례. 이게 어느 나라 재료인지, 어떻게 먹는 건지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일부 상품은 가격표가 없어 계산대에서 다시 물어봐야 했다. 점원 역시 외국인이라 짧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눈에 띈 김에 온라인에서 비슷한 상품을 검색해봤는데, 오히려 해외 직배송 상품은 배송비가 붙어 마트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다. 직접 발품을 팔아 사는 게 더 이득인 셈이었다.

인도 디저트 '굴랍자문'도 발견

디저트 코너를 둘러보다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굴랍자문'. 시럽에 푹 절인 도넛 모양의 인도식 디저트로, 3~4년 전 유튜브를 통해 화제가 됐던 음식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아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고, 높은 가격과 배송비 때문에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한때 해외 직구로만 구할 수 있었던 그 굴랍자문이 이곳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는 집에서 직접 반죽해 튀겨 먹을 수 있는 굴랍자문 믹스도 놓여 있었다. 가격은 4900원. 몇만 원을 주고 직구해야 했던 디저트를 이렇게 손쉽게, 저렴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색 디저트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시도해볼 만한 가격이었다.

굴랍자문 등 이색 디저트 코너

정육점엔 양고기, 냉장고엔 난과 두리안

냉장 코너도 평범하지 않았다. 냉장고를 열자 인도식 난과 또띠아가 종류별로 진열돼 있었고, 과일 냉장고에는 두리안까지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포린푸드마트 안쪽에는 정육 코너도 따로 있었는데, 양고기도 판매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할랄 식자재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다양한 식문화를 반영한 구성이 돋보였다. 

다양한 종류의 난이 놓인 냉장고
양고기도 판매하고 있다.

다국적 식재료의 집합소

두 마트의 특징은 특정 국가의 식재료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식재료를 한곳에 모아 판매한다는 점이다. 태국부터 베트남, 인도, 중동까지 다양한 식재료가 한 매장에 모여 있어 진열대만 둘러봐도 세계 식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 상품에 한국어 설명이 없어 어떤 음식에 쓰이는 재료인지 알려면 휴대전화로 검색하거나 번역기를 활용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곳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반가운 공간으로 보였다. 모국의 식재료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쌀국수 재료 진열대 

"현지 맛 그대로" 집에서 해외 요리 만들고 싶다면

태국식 그린커리를 위한 코코넛밀크와 그린커리 페이스트, 베트남 쌀국수용 면과 고수, 인도 커리를 위한 난과 향신료까지. 일반 마트에서는 찾기 어려운 식재료를 한곳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집에서도 현지와 비슷한 맛을 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굳이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마트 안을 걷는 것만으로 낯선 향과 풍경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 보는 식재료를 하나씩 검색하며 새로운 식문화를 알아가는 과정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비행기 표도, 여권도 없이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이태원 외국인 마트를 찾는 것만으로도 잠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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