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당뇨·대장암 급증, 정말 '1인가구' 때문일까
청년 당뇨·대장암 급증, 정말 '1인가구' 때문일까
  • 안지연
  • 승인 2026.07.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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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당뇨병 환자가 10년 새 80% 가까이 늘고,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으로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식습관 변화'가 반복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와 1인가구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는다. 매체마다 등장하는 이 설명이 실제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손쉬운 서사로 반복 소비되고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확인되는 사실관계부터 짚어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기준 20~30대 당뇨병 환자는 2014년 8만7000여명에서 2024년 15만7000여명으로 10년 사이 약 80% 늘어 전체 환자 증가율(73%)을 웃돌았다.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란셋에 발표한 연구에서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심평원 통계로도 20~30대 대장암 환자는 2020년 3633명에서 2024년 6599명으로 4년 새 81.6% 급증했다. 두 통계 모두 신뢰할 만한 기관에서 나온 수치이고 증가 추세 자체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 통계들은 모두 연령별 집계일 뿐, 환자가 1인가구인지 다인가구인지를 구분한 자료가 아니다. 즉 '20~30대 당뇨 환자 80% 증가'라는 수치 안에 1인가구와 다인가구가 각각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1인가구일 때 발병 위험이 통계적으로 더 높은지는 현재 공개된 통계로는 확인할 수 없다. 대장암 통계도 마찬가지로 가구형태별 분석이 아니다.

그렇다고 1인가구와 식생활의 관계 자체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한 국내 연구들을 보면 1인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라면·햄버거·탄산음료 등 가공식품 섭취빈도가 높고 김치·과일·우유 섭취빈도는 낮은 경향이 확인된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20~30대 1인가구 성인의 식사의 질 평가에서 '하' 등급 비율이 다인가구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대 연구팀이 2013~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4만여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1인가구는 전통적 가족 지원 체계 부재로 식생활의 질 저하와 만성질환 위험 증가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런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1인가구가 다인가구보다 식생활의 질 지표(영양지수, KHEI 등)가 낮은 경향이 있다'는 상관관계이지, '1인가구이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대장암 발병률이 실제로 몇 퍼센트 높아진다'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식생활의 질 저하가 장기적으로 대사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학적 상식에 가깝지만, 그 경로가 최근 통계에 나타난 급격한 증가율을 얼마나 설명하는지는 별도로 검증돼야 할 문제다.

오히려 당뇨병 증가의 직접적 기전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초가공식품 섭취,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 분비 증가, 근육량 감소에 따른 혈당 조절 능력 저하 등이다. 이런 요인들은 1인가구 여부와 무관하게 다인가구에 속한 2030세대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대장암 역시 가공육·붉은 육류 섭취, 비만, 진단 지연 등이 주로 지목되는데, 이 역시 가구형태보다는 식단 구성 자체와 검진 접근성의 문제에 가깝다.

실제로 마라탕·탕후루·불닭류처럼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흐름은 1인가구만의 현상이라기보다 2030세대 전반의 소비문화에 가깝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든 혼자 살든, SNS에서 유행하는 자극적인 메뉴 조합을 즐기는 행태는 세대 공통으로 관찰된다.

반면 같은 세대에서 이른바 '헬시플레저'라는 정반대 흐름도 동시에 나타난다. 제로슈거·저당·고단백 제품 소비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늘고, 한 여론조사에서는 25~49세 응답자의 상당수가 원재료와 영양성분을 따져 먹는다고 답했다.

다만 이 헬시플레저 흐름을 '2030세대가 건강을 가장 잘 챙기는 세대'로 단순화하기도 어렵다. 실천 방식이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직접 재료를 사서 저염·저칼로리 식단을 차려 먹는 전통적 방식의 실천율은 2030세대가 오히려 다른 연령대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기능식품 소비 패턴 조사에서는 건기식 구매 경험률이나 여러 제품을 동시에 챙겨 먹는 비중이 2030세대에서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같은 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한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30세대는 이른바 '얼리케어족'으로 불리며, 이들의 건강관리 노력 수준은 2016년 대비 2024년 사이 1.5배 늘었다는 시계열 자료도 있다.

여기에 연속혈당측정(CGM) 데이터를 활용해 식품별 혈당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식단을 조정하는 방식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건강관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합하면 2030세대는 건강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다기보다, 손수 조리하는 전통적 관리보다는 간편하고 데이터 기반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건강관리 방식이 재편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다만 이 두 조사는 조사 방식과 표본 구성이 달라 동일 선상에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밝혀둔다.

결국 청년 건강을 둘러싼 통념들은 실제 통계와 정확히 들어맞지 않거나,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단순화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가 식습관을 나쁘게 해서 당뇨·대장암이 늘었다'는 서사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고 있고, '청년층이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 혹은 반대로 '헬시플레저를 주도한다'는 서사 역시 어떤 지표를 보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론이 나온다.

청년 대사질환 증가의 실제 원인을 규명하려면 가구형태별로 세분화한 질병 발생률 통계나 식습관 실천을 통제 변수로 넣은 코호트 연구가 필요하며, 언론 기사에서 근거 없이 통념을 반복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가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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