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절반 가까이가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속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외로움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약물·알코올 중독 위험도 함께 높아, 외로움과 중독 위험의 연결고리가 수치로 드러났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26 서울시 4대 중독 위험도 및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응답자의 44.8%가 외로움 또는 사회적 고립 위험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알코올·도박·약물·스마트폰 등 4대 중독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올해 4월 27일부터 2주간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64세 시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목할 대목은 외로움과 중독의 연결고리다. 외로움 고위험군의 약물 경험률은 32.1%로, 일반군(13.9%)의 2.3배에 달했다.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 역시 일반군보다 1.5~2배 높았다. 약물 경험자가 주로 손댄 것은 수면제·신경안정제·체중감량제 같은 의료용 처방약이었다.
지원기관의 존재를 알면서도 정작 문을 두드리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중독 지원기관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69.3%였지만, 실제 이용 경험은 8.6%에 그쳤다.
이 대목에서 1인가구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서울은 이미 세 집 건너 한 집이 1인가구다. 혼자 사는 사람은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눌 상대가 없는 날이 잦고,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무너져도 곁에서 붙잡아 줄 사람이 없다. 외로움이 중독으로, 중독이 다시 고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선에 1인가구가 서 있는 셈이다.
앞서 2022년 서울연구원이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1인가구의 62.1%가 외로움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 4대 중독 조사는 그 외로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종합대책으로 외로움 예방부터 고립·은둔 가구 발굴, 재고립 방지까지 아우르는 대응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독 정책의 무게중심을 개인의 의지 문제에서 '사회적 연결 회복'으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혼자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 무너질 때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외로움에 혼자 맞서지 않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