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외로움과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은 2년 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삶은 나아졌는데 마음은 제자리인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6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생활 만족도는 73.5%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2020년(57.0%)을 저점으로 2022년 68.2%, 2024년 71.2%를 거쳐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셈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공간·환경' 만족도가 79.5%로 가장 높았고 '여가생활'(74.8%), '인간관계'(62.4%)가 뒤를 이었다. 반면 '경제력' 만족도는 51.4%로 가장 낮았다. 다만 2024년 대비 상승폭은 경제력이 3.0%포인트로 가장 컸는데, 이는 낮은 만족도의 반등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경제적 불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핍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1인가구가 경제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기반이 불충분해서'(60.7%)가 가장 많이 꼽혔지만 2024년보다 6.5%포인트 줄었다. 반대로 '자산관리·재테크가 어려워서'라는 응답은 5.2%포인트 늘었다. 돈이 아예 없어서라기보다 있는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쪽으로 고민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외로움 33.4%, 우울감 32.0%...만족도 상승과 따로 노는 지표
생활 여건이 개선됐다는 응답과 별개로 정서적 어려움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1인가구의 33.4%가 외로움을, 32.0%가 우울감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4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는 수치다. 경제력과 공간·환경, 인간관계 만족도가 나란히 개선된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체감하는 감정도 갈렸다. 외로움은 40대 남성(40.6%)에서, 우울감은 30대 여성(41.4%)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40대 여성은 외로움 체감률이 27.2%로 전체 집단 중 가장 낮았던 반면 우울감 체감률은 35.8%로 상대적으로 높아, 두 감정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됐다.
외로움을 달래는 방식은 점점 더 개인화되는 모습이다. 실내에서는 OTT 시청(55.8%)과 모바일 동영상 시청(51.4%)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실외 활동에서는 지인 모임(28.3%)이 2024년보다 4.3%포인트 줄어든 대신 번화가·쇼핑몰 구경처럼 가벼운 외출(21.3%)이 늘었다. 약속을 잡고 만나기보다 부담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읽힌다.
혼밥이 일상이지만 식비는 안 줄인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도 자기 관리 성향이 엿보였다. 1인가구가 혼자 식사하는 빈도는 주당 평균 8.8끼로 전체 식사의 약 70%를 차지했다. 혼자 먹는 이유는 '익숙해서'(44.1%)가 가장 많았지만, 소득이 줄어도 유지하고 싶은 소비 영역을 묻자 '식비'가 42.5%로 1순위에 올랐다. 혼자 먹는 것과 잘 먹는 것은 별개라는 뜻이다.
실제로 '새롭고 다양한 음식을 시도한다'(32.7%)거나 '다소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한다'(20.0%)는 인식은 2024년보다 각각 3.6%포인트, 3.8%포인트 늘었다.
건강, 관심은 71%인데 실천은 30%뿐
건강관리에서는 관심과 실천의 간극이 가장 뚜렷했다. 건강관리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는 71.1%에 달했지만 실제로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30.8%에 그쳤다. 40퍼센트포인트가 넘는 격차다.
이 격차의 배경에는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불안이 자리했다. 건강관리에 돈을 쓰는 이유를 묻자 34.0%가 이렇게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컨디션 유지나 노후 대비보다 앞선 이유였다. 실제로 입원이나 수술 시 간병해줄 보호자가 있다고 답한 1인가구는 33.9%에 그쳤고, 특히 50대는 절반이 넘는 55.5%가 보호자가 없다고 답했다.
이런 돌봄 공백 인식은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 가운데 관심이 줄어든 항목이 많았던 것과 달리 '요양·간병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2024년보다 3.5%포인트 늘며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자세·체형 교정이나 식단 관리 같은 일상적 건강관리를 넘어, 위기 상황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을 스스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1인가구의 삶이 안정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제력·공간·인간관계처럼 눈에 보이는 여건은 개선되고 있지만, 외로움과 우울감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는 정서적 부담은 그 이면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