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또 한 번 베팅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바이오로직스 보통주 255만5804주를 1550억3000만원에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주금 납입 예정일은 8월19일이다.
2022년 설립 이후 일곱 차례 이어진 유상증자를 거치며 그룹 전체(롯데지주·호텔롯데·일본 롯데홀딩스) 누적 출자액은 1조4716억원까지 불어났고, 이번 출자로 롯데지주 단독 누적 출자액도 8831억3600만원으로 늘어난다. 회사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투자는 오히려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조달 자금은 전액 인천 송도 1공장 시설자금으로 쓰일 에정이다.
화학·유통의 그늘, 탈피 시도
롯데그룹의 전통적 캐시카우인 화학과 유통 부문은 최근 수년간 업황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떨어졌고, 유통 역시 온라인 전환과 소비 위축의 압박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이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것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송도 1공장을 축으로 2030년까지 국내에만 36만리터 규모 생산기지 3개를 조성해 총 40만리터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정체를 신사업으로 메우겠다는 구상이 이번 베팅의 배경이다.
신유열의 시험대, 바이오에서 식품으로
이번 투자는 승계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올해 1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에 선임되며 국내 계열사 경영 전면에 처음 나섰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의 아시아 사업을 통합하는 한일 합작법인의 이사회 의장까지 맡으며 신사업(바이오)에 이어 주력 사업(식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재계에서는 이를 신동빈 회장이 추진해 온 한일 롯데 통합 전략, 이른바 '원롯데' 구상의 중심에 후계자를 세우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의 성과가 곧 후계자로서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첫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주 없는 투자 확대의 압박
문제는 실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흑자를 냈지만 2024년 적자로 전환한 뒤 손실 폭이 커지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줄어든 124억원에 영업손실은 562억원에 달했다.
송도 1공장이 하반기 시운전을 거쳐 11월 준공식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생산능력을 채울 글로벌 빅파마 대상 신규 수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에 롯데지주가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79.94%에서 60.74%로 낮아지고, 실권주를 호텔롯데가 떠안았던 사례는 계열사 간 자금 부담 재조정이 이미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이에 이어지는 투자가 '언제 결실을 볼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송도 1공장 가동과 함께 연내 글로벌 수주 성과가 나오는지가 롯데의 '탈유통·화학' 승부수와 신유열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함께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